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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강아지 똥','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의 살던 집을 두고 논란이다. 유언에 따라 '허물어 자연으로 돌여 보내야 한다'는 주장과 '잘 보존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고인의 집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에 있다. 82년 마을 청년들이 흙벽돌을 찍어 직접 만들어준 토담집이다. 일곱평 남짓 크기로 부엌과 작은방 두 칸이다. 마흔다섯살 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권정생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동화들을 힘겹게 썼던 곳이다.
지금 당장 허물 일은 아니다. 좀 더 두고 한 해 뒤에 허물어 자연으로 보낸다고 해도 궍정생 선생 유언의 뜻을 거스러는 것은 아니다. 허물고 자연으로 돌리는 것은 쉽고 간단하다. 그러니 바삐 서둘 일은 아니고 늦더라도 탓할 일도 아니다. 허물면 왜 허물어야 하고, 왜 보존하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권정생씨 아는 사람?"
"…"
한 명이 손든다. 다른 아이들의 눈길이 그 아이로 갔다. 낯선 이름을 아는 아이를 외계인 보듯 한다.
"몽실언니를 쓰신 분이세요."
"맞아요, 강아지 똥도 쓰셨지요."
그제서야 다른 아이들도 알겠다고 한다.
작품은 알아도 권정생 선생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도 그렇다. 널리 알려 지는 것을 싫어 하셨고 상업적인 방송과 언론에 나서는것을 못마땅히 여겼다. 그러니 권정생 선생이 어떻게 살고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돈벌이나 여행관광상품으로 기념관이나 기념물을 세우는 것은 고인의 뜻에도 어긋나고 말려야 한다. 그러나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과 터를 정겹고 소박하게 보존하여 고인의 글쓰기 정신과 삶을 조금더 알 수 있다면 유언에도 불구하고 누를 끼치는 일은 아니다.
'무소유'를 실천했던 고인이 생전에 "내가 죽으면 오두막집이 흉가가 되니 집을 헐어 자연으로 깨끗이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허물어야 한다고 그 한가지 까닭으로 허문다는 것은 아쉽고 달리 생각도 해야 한다. 무소유의 삶을 사셨고 자연으로 되돌리길 바라셨다고 하지만, 이미 그렇게 사신 것은 사실이고, 허물지 않고 보존한다고 해서 그 뜻이 줄거나 다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정생 선생의 작업과 살림집이 고래등 같은 대궐이나 되면 허물라는 말도 나올리 없고 허물지도 않을 거다. 몇 평 안되는 흙집이기 때문에 허물어야 한다는 말이 쉬 나옴직하다. 고인의 유언도 겸손의 뜻 아니겠는가. 누추하고 남루한 집인데 누구에겐들 보존하라 말라 할 수 있겠는가. 허물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했을 고인의 말은 너무 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까닭은 그 집이 남루하고 가난한 집이기 때문이다.
권정생 선생이 아픔을 겪으면서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를 쓴 곳이다.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사신 집이다. 고인이 살던 집은 주인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렇게 살다가 문학예술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권정생의 문학이 소중하듯 그가 글을 쓰고 살았던 집과 흔적도 소중하다.
작은 오두막 흙집.
사방 벽에 겹겹이 쌓아둔 책.
한 몸 겨우 뉠 수 있는 노란 고무 장판에 방바닥.
아픈 몸으로 힘겹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을 책상과 필기구.
빨래줄에 전선줄로 만든 집게와 남루한 옷.
낡은 의자와 고무신.
작은 주전자보다 더 싸다고 산 큰 양은 주전자.
돈으로 사는 것보다 있던 것을 쓰고 버린 것을 고쳐 쓴 물건들….
아이 어른 모두,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을 보고 또 다른 울림과 깨우침을 받을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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