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간 관계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은 28일 중-일 관계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독자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사용해 납치피해자와 실종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일본측에 협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중국을 방문했던 나카가와 교코 총리보좌관이 납치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것.
납북자 문제의 상징적 존재 '메구미'와 '김은경'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국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중재방안'은 아주 구체적이다. 우선 일본인 납치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타 메구미의 딸 김은경(20)양을 베이징대학 석사과정에 받아들여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메구미의 부모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또 메구미의 유골에 대해 중국의 전문가가 다시 DNA 감정을 실시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 이 유골은 북한측에서 일본에 전달했으나, 일본측이 '가짜'라고 판정한 바 있다.
납치피해자에 대한 정보수집은 납북으로 의심되는 실종자 일부로까지 조사범위를 확대, 정보가 모아진 단계에서 일본측에 제공할 생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은경양은 지난 77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와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그는 2002년 9월 고이즈이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 당시 '김혜경'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뒤에 본명이 '김은경'으로 확인됐다.
메구미의 부모 요코타 시게루와 요코나 사키에는 "손녀를 만나러 평양에 오시라"는 은경양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면 메구미가 죽었다는 통보가 기정사실이 된다"면서 상봉을 거부해왔다.
은경양은 지난해 김영남씨의 모친 최계월씨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을 때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 되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중국은 지금까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일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개입을 꺼려왔다. 북한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나선다면 지난 5년간 북-일 당사자간에 쳇바퀴만 돌았던 이 문제에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200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시인,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한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측은 요코타 메구미를 비롯한 납북자들이 사망했다는 북한의 통보는 거짓이라고 보고 있으며,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원상회복과 추가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6자회담 합의이행의 걸림돌로도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13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실무그룹 가운데 유독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만 이 문제 때문에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이 이 문제의 중재를 검토하게 된 것은 북-일간 납치문제를 진전시키는 것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또 지난 4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일 이후 궤도에 오른 중-일 관계의 강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