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29일부터 6월1일 까지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장관급 회담은 2·13 합의 지연을 이유로 남한이 원래 5월말로 예정했던 북한에 대한 쌀 40만t 지원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큰 관심을 끈다. 북한은 이번에 권호웅 내각 참사를 단장으로 한 5명의 대표단 등 모두 26명이 참가한다.
북한 대표단은 고려항공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29일 오후 4시1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오후 2시 브리핑을 통해 "여러가지 남북관계와 관련해 국내외 정세가 다변적인데, 남북간 합의됐던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적잖은 의미"라며 "북측이 이번 회담에 성의를 갖고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된 문제 ▲납북자·국군포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 인도적 사안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통관·출입 절차의 간소화 ▲남북철도의 부분 개통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는 북한 대표단이 도착한 날 저녁에 총리 주최의 환영 만찬이 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담 행사의 간소화를 위해 환영 만찬을 1회로 줄이고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 당국자는 "쌀 차관 지원문제는 남북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에서 논의할 사안이지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지난달 13차 경협위 때 북측에 전달했던 입장(2ㆍ13 합의 이행이 지연되면 쌀 지원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으나 기자들의 질문은 쌀 지원 문제에 쏠렸다.
원래 장관급 회담의 의제가 아닌 것이 최고의 관심사가 된 것 자체가 이번 회담의 복잡성을 상징한다.
"북한이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쌀 지원 유보 방침에도 북한이 일단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안도하는 눈치다.
지난해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부산에서 열렸던 19차 남북장관급 회담은 남한이 쌀 지원 유보 방침에 반발한 북한이 3일만에 철수하면서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그러나 북한이 쌀 지원을 미루기로 한 남한 정부의 태도를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화협은 지난 24일 대변인 담화에서 "북남 협력사업을 핵문제와 연관시키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것은 우리와 민족의 통일 지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고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더구나 남한은 13차 경협위 때 5월 말에 쌀을 실은 첫 배가 출항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의 입장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북측에게만 책임을 지울 사안이라고 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쌀 지원 지연을 따질 가능성이 높으며, 중간에 회담은 깨지지 않을 지라도 공동보도문이나 합의문을 내놓지 못하고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