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이 삶터가 아닌 사람들은 대개 춘천을 첫사랑 추억을 만든 곳으로 기억하곤 한다. 춘천은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영호와 순임이 품었던 풋풋한 사랑빛깔 같은 색조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사실 춘천은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다. 춘천 근교에서 군 생활을 한 이에게는 다시 돌아보기 싫은 동네일테고, 의암호 주변을 거닐었던 아련한 기억이 있는 이에게 춘천은 문득 그리운 고장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춘천이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다가가는 것은 호수와 산, 그리고 왠지 편안한 시가지등이 주는 아늑함이다.
춘천에 대단위 단지형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시기는 1983년 이라고 한다. 대한주택공사가 처음 전파한 아파트는 이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긴말뚝을 거꾸로 박아놓은 것처럼 촘촘히 들어섰고 그 주변은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그래서 여느 중소도시들처럼 춘천의 구도심도 텅 비어버렸다.
봉의산 자락을 타고 오르며 다닥다닥 붙어있는 허름한 주거지들도 몇 군데를 빼고 낡고 열악해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요구가 있었다. 춘천시가 얼마 전 춘천 구도심지 70여만평에 '뉴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출발하고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씨가 서울시장 재직시 밀어붙여 성공작으로 회자되는 '뉴타운'사업이 드디어 춘천에 까지 상륙한 것이다.
청계천, 대중교통체계 변경, 뉴타운 조성 - 이 세가지는 이명박 성공신화를 일군 동력으로 그를 '능력있는' CEO형 대권주자로 격상시킨 밑천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를 경영하는 단체장이 이명박 신화를 따라잡으려는 것을 흉보기에는 단체장들이 여유롭지 못하다. 정치인이자 행정가인 단체장이 주민에게 편익을 제공하면서 정치적 성공도 보장된다면 그 길을 마다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명박씨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 불도저형 사업 스타일이라면 단체장의 실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밀어붙이기 보다는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어떤가 이다. 그리고 묻지마 개발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어떤 개발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씨의 뉴타운 사업을 놓고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점은 사회통합형 개발과 정비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걸고 진행된 뉴타운 사업이 오히려 원주민 복귀율이 낮으며 '한양주택' 같이 경관가치가 높은 지역도 밀어내고 아파트를 올렸다는 지적이 많다. 근래에는 뉴타운 사업이 수도권 집값을 흔드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민이 참가하는 마을 만들기로 바꿔야
춘천의 '뉴타운'이 이명박의 길로 갈지 다른 길로 갈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서울의 뉴타운 사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점은 많다.
먼저, 재정비 촉진지역의 주민들이 개발 뒤 재산상의 피해를 입거나 주거권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는다면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민의 의사를 묻고 개발형태나 공간구조를 결정하는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춘천은 서울과는 다른 도시다. 인구학적인 구성이 다르고 도시발전 형태도 다르며 도시경쟁력을 형성하는 기본 방향이 다르다. 춘천의 공간적 특성을 보면 도심지에 용적율 높은 아파트를 올리는 것은 춘천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파괴하는 미련한 짓이다.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춘천 구도심지가 가지고 있는 장소의 강점을 살리고 경관의 우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요구가 충실히 반영되어야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이 참가하는 마을 만들기를 춘천시가 적극 지원 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얼마 전 정부는 수도권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이미 수도권은 약 20여개의 신도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른바 '명품도시'로 불리는 고급주거단지도 몇 군데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춘천은 2009년이면 수도권과 1시간거리로 좁혀진다. 이처럼 접근성이 개선되면 춘천은 어떤 방식으로든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수요와 공급, 소비자의 욕구, 정부정책의 변화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대응해야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계획과 상충되지 않게 진행되어야 한다.
춘천시는 이미 2005년 의암호 수변지역과 중도를 세계적인 친수공간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춘천의 구도심지는 이 지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뉴타운 계획이 기존 계획과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공간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춘천의 도시빛깔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자연환경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진 역사적인 산물이다. 그 빛깔을 살리고 키워가는 춘천만의 '뉴타운'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유정배씨는 '참여와 자치를 위한 춘천시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