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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위를 모두 도려내는 수술을 한 뒤 어머니는 인터넷을 시작하셨다. 팔자좋게 무슨 인터넷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흔히들 말하는 '암에 좋다는 것'을 찾기 위해서 였다.
당시 나와 동생은 모두 군인이었다. 몇 년 전, 기차 여행을 하고 싶어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철도 카드를 끊어주고, 철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하는 법을 알려드렸지만, 끝끝내 어머니는 이용하시지 못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도 모르는 어머니가 병중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인터넷을 시작하신 것이다. 당시 탈영병을 검거하는 일을 했던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잠을 자고 가곤 했는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미어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환한 모니터 불빛이 눈부신 탓인지 잔뜩 눈을 찌푸리신 채 엉거주춤 마우스를 손에 쥐시고 검색 창에 '암', '항암', '암 치료'라는 글을 더듬 더듬 쳐놓고 계시던 어머니. 무엇을 찾으셨는지 들어가셔서는 또 한참을 읽어보신다.
기적을 일으켜 준다는 버섯, 암을 이겨내고 새삶을 찾았다는 누군가, 신기하게도 모든 암을 제거한다는 특수 약품, 기적의 치료, 놀라운 요법, 세상엔 왜 그렇게도 기적의 약물과 기적의 주인공들이 많은지.
언뜻 보아도 장사꾼들이 만들어 놓은 곳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머니는 그 많은 사이트를 하나 하나 들어가 꼼꼼이 읽어보셨다. 그러면서도 뭐가 좋다는 건지 감이 잘 안 오시는지 나를 부르셔서 "얘, 이거 좀 읽어봐"라고 재촉하셨다.
"사기꾼이네. 사기꾼."
내가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면, 어머니는 그런 내가 못내 야속하셨던지 "너도 좀 찾아봐라"고 하셨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암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를 검색해 낼 수 있다면 이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암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지금으로서는 회복의 경과를 보며 의사의 처방에 잘 따르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해결책이지만, 어머니는 가만히 두고 보고 계실 수가 없던 것이다.
하루 종일, 밤 깊은 시간까지 어설픈 자세로 검색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어졌다. 나는 그동안 집과 부대를 오가고, 지방의 도시에서 내 나이 또래의 누군가를 찾기 위해 밤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도 어머니의 검색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 있게 됐고, 몇 번 항암치료를 거치셨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어머니가 컴퓨터 앞에 앉아계셨는지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분명히, 꿈에서 까지) 어머니는 마우스를 쥔 채 장사꾼들이 만들어 놓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더듬 더듬 ‘암’, ‘항암’, ‘암 치료’라고 검색어를 입력하고 계셨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실제로 그런 장사꾼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믿으시고 직접 찾아가 비싼 가격에 가짜 약품을 사오신 적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분노했다. 단지 돈이 아깝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몇 날 며칠을 모니터 앞에 앉아 계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나를 분노케 한 것은 암 환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남은 인생을 그들은 단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함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거짓 약, 거짓 치료, 거짓 정보, 거짓 소문, 그러한 것들이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되며, 그 희망에 매달렸다가 도리어 ‘올바른’ 방식으로 치료를 받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살인’과도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사막을 헤매고 있다고 치자. 가지고 있는 것은 물이 담긴 물통 한 통 뿐, 당신은 오아시스를 찾지 못하면 머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누군가 다가와 속삭인다.
“그 물통 속에 이 마법의 가루를 넣으면 영원히 갈증을 느끼지 않는 물이 됩니다.”
과연, 당신은 물통에 그 가루를 넣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신에게 말을 거는 누군가가 아무리 미심적게 생겼다 하여도, 그리고 그 누군가가 건내는 마법의 가루가 썩은 무언가처럼 보여도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희망인 물병 속에 그 가루를 넣을 것이다.
과연, 그런 고약한 심보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검색 사이트에서 ‘암’, ‘항암’, ‘암 치료’라고 쳐보시길.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번만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이트를 오가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잘못된 상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오염된 정보가 만연해 있지만 그것을 정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암 환자들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암 환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관심이 없다. 암 환자의 가족이라 하여도 암 환자가 사망하거나,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관심이 떠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계속해서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정보를 여과시키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는 못할 지라도 길 앞잡이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나와 나의 동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었다.
덧붙이는 글 | 암시민연대를 공식후원하는 '구름'입니다. 암 환자들을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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