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기업 감사들과 서울지역 일부 구청장들의 외유성 여행이 물의를 빚은 가운데, 축산업협동조합(축협)의 일부 조합장들이 '연수'를 명목으로 '호화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행을 주관한 부천축협 측은 '해외 선진 사료생산시설 견학 및 조합 업무협의회 개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모든 일정은 미 서부지역 관광 및 쇼핑으로 이뤄져 있었다. 15명의 축협 인사가 '호화 외유'에 참가했고, 총 비용은 8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전국축산업협동조합 노동조합은 "각 조합원에 환원돼야 할 수익으로 여행 경비를 댄 것"이라면서 "축협 조합장들의 무분별한 호화 외유는 조합비를 낸 축산 농민을 기만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위기에 빠진 축산업을 보호해야 할 이때 조합장들의 이런 행태는 축산 농민들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문교에서 하와이 섬 일주까지... 축협노조 "연수 빙자한 초호화 외유"
경기·충청 지역 축협조합장 10명과 부천축협 직원 5명은 지난달 23일 미국 서부로 향했다. 6월 1일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하와이를 차례로 도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부천축협 측이 연수 명목으로 내세운 '해외 선진 사료생산시절 견학'은 사실상 관광에 가까웠다.
이들의 하루 일정은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8시 30분까지 관광·식사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달 23일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 금문교, 금문공원 방문을 시작으로 관광일정은 라스베이거스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과 각종 호텔 축제,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할리우드의 '스타의 거리', 하와이 섬 일주와 화산 국립공원, 아웃렛 쇼핑 등으로 이어졌다.
업무와 관련된 일정은 4차례 진행된 조합 업무협의회뿐이었다. 그러나 행사를 주관한 부천축협 측이 주장하는 업무협의회 개최는 S여행사가 제공한 일정표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또한 경비로 지출된 8000만원에 대해선 참석자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정영세 부천축협 조합장은 "모든 비용은 부천축협이 부담했다"고 밝혔지만, 부천 축협의 다른 관계자는 "부천 축협이 먼저 비용을 댄 건 사실이지만, 연합사료공장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축협노조 측은 "조합장들의 미국 일정은 고급 요리를 즐기고 경비행기를 타며 그랜드 캐니언, 하와이 등 미 서부 지역을 총망라하며 즐기는 순수한 관광"이라면서 "단 한 시간도 연수 목적에 부합하는 일정이 없는 호화 외유"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 측은 "조합장들은 매년 2, 3회씩 관광성 외유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석주 축협노조 교육선전부장도 "한미FTA 협상 이후 축산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축협 조합장들이 '연수'를 빙자해 단체 호화 외유를 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이들의 '호화 외유'를 질타했다.
부천축협 "해마다 치러왔던 행사... 여행 중 목장 시찰도 했다"
부천축협으로부터 여행 제안을 받은 곳은 파주·고양·인천·김포·이천·양평·평택·안성·가평·아산·예산·서산·여주 축협 및 대전·충남-서울·경기 양돈조합장이다. 이들 중 9명과 부천축협 조합장 등이 해외여행에 참가한 것이다. 부천축협이 발송한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부천 축협 미래부 연합사료 공장 컨소시엄에 참여한 조합 및 관심을 보인 조합장'이다.
그러나 정영세 부천축협 조합장은 "해외여행은 부천 사료공장 거래조합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라며 "부천축협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된 사안이고 해마다 관례처럼 치러왔던 행사"라고 해명했다.
정 조합장은 "여행 중 목장 시찰도 했다"면서 "이번 해외여행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 "각 지역 축협에서도 치러지는 행사인데 왜 부천축협에만 화살을 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최근 부천축협 노조가 전국축협노조에서 탈퇴한 것과 관련, 보복 차원의 주장을 하는 듯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2003년 경기도 수원축협 간부와 대의원 97명이 7000여만원의 조합비를 들여 '산업시찰'을 명분으로 동남아 해외여행을 떠나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