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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우뚝 솟은 강원랜드가 보인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하는 차도 보였다. 기차를 타고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건물 안 카지노 영업장 입구에 이르자 뭔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표를 사는데도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했으며 그것도 1인 1표로 한정이 되어 겨우 표를 손에 쥐고 들어가려 하는데 마치 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때처럼 몸수색은 물론 핸드백까지 열어 보여 달란다.
무사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장내로 들어서는 순간 담배연기가 자욱한 어둠침침하고 어수선한 분위긴 갱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쉽게 적응은 안 됐지만 기왕 어렵게 들어왔으니 둘러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두리번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생각 없이 기계를 눌러대고 있는 중년의 남자. 재떨이엔 피우다만 담배로 수북했다. 밤을 꼬박 새운 듯 초췌한 모습. 한쪽에선 환성도 터져 나온다. 시계를 보기 전엔 낮인지 밤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창문 하나 없는 곳. 벽면 어디에도 시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여러 명이 둘러앉은 타원형 테이블 중앙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딜러의 마술에 가까운 손놀림에 잠시 발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긴장된 순간.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신중하게 베팅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구경꾼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어떤 이는 잃은 것을 단 한 번에 만회하려는 듯 갖고 있는 칩을 몽땅 베팅해 보지만 짧은 시간에 승부는 결정이 나고 만회는커녕 빈손이 되어 허탈한 모습으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우린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만 원짜리 지폐로 코인을 바꿔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 알려준 대로 작동을 해 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해도 될 듯 될 듯 코인만 줄어들고 마음이 조급해질 즈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코인이 쏟아진다. 야호~!
환전을 해 보니 겨우 본전. 더 했다간 몽땅 잃을 것만 같아서 이제 막 재미가 붙어 계속하려는 남편의 손을 잡아끌고 도망을 치듯 장내를 빠져나왔다. 적은 액수로 잠깐 경험해 본 도박이었지만 온 신경이 곤두서고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갈증까지 났다.
이렇듯 높은 스트레스와 내일이 불투명한 게임으로 따는 것이 함정이요. 결국엔 도박 빚에 신음하다 몸과 마음까지 병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도박! 지금도 기차 여행하면 4년 전 이맘때 대박을 노리고 떠났던 우리 부부의 어설펐던 도박여행이 뇌리를 스친다.
덧붙이는 글 | 철도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응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