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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국수와 오이무침
열무국수와 오이무침 ⓒ 맛객
여름철엔 채소 중에서 열무가 으뜸이다. 열무만 보면 우선 시원하단 생각부터 든다. 당연하다. 사실 시원한 맛이 열무의 맛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전라도 김치의 특징이라면 양념이 풍족하게 들어가는 데 있다.

하지만 유독 열무김치만큼은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담근다. 넣더라도 형식적이다. 붉은 고추를 확독으로 갈아 아주 소량만 넣는다. 대신 보리밥을 갈아 넣는데 익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청량감이 끝내준다. 이 열무김치를 보리밥에 걸치고 고추장 한 숟가락 떠 쓱싹 비비면 입 나갔던 맛이 돌아온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여름밥상의 필수 반찬으로 열무물김치가 오른다. 고춧가루로 물을 내 담근 열무김치는 그냥 먹는 것보다 국수나 냉면을 말아 먹어야 제맛이다.

열무국수, 열무냉면의 존재는 서울에 와서야 알았다. 90년대 초, 친구의 형이 방대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먹은 게 첫 경험이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은 열무국수는 먹기도 전부터 시원함이 느껴졌다. 빨간 국물에 사각얼음을 동동 띄우고 통깨를 듬뿍 뿌렸다. 보드라운 식감의 국수와 아삭하게 씹히는 열무의 조화도 훌륭하지만, 시원하면서 칼칼한 국물 맛 또한 여태껏 잊히지 않고 있다.

다시마와 멸치로 뽑은 육수
다시마와 멸치로 뽑은 육수 ⓒ 맛객
마침 담가놓은 열무김치가 맛있는 상태로 숙성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열무국수를 떠올렸다. 일단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부터 뽑아 식은 상태로 냉동실에 넣었다. 한 시간여 지나자 살얼음이 낀다. 여기에다 열무김치 국물을 혼합했다. 설탕 약간과 식초도 가미해 맛을 보았다.

국수가 들어가면 약간 싱거워진다는 걸 고려해서 간을 맞춰야 한다. 국수는 생면이 어울린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국수를 삶아 비비면서 찬물에 헹궜다.

국수는 아주 뜨겁거나 시원해야 맛있다. 열무국수는 시원함에 반한다
국수는 아주 뜨겁거나 시원해야 맛있다. 열무국수는 시원함에 반한다 ⓒ 맛객

여름과 함께하는 열무국수
여름과 함께하는 열무국수 ⓒ 맛객
그릇에 국수를 담고 준비해 둔 국물을 부었다. 얼음도 두어 개 띄우고 고명으로 깨를 뿌렸다. 깨를 뿌리는 이유는 고소함 때문이 아니다. 깨에는 살균력이 있어 탈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고추냉이나 겨자 역시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드디어 열무국수 한 그릇이 완성되었다. 나무 그늘진 평상에 앉아 먹는다면 시원하고 좋으련만. 먹고 나서는 매미소리를 자장가 삼아 오수를 즐기면 이 여름이 참 행복해지겠건만. 대신 열무국수를 먹으면서 그런 상상을 곁들이니, 어느새 맛은 시원함의 극치가 되어가고 있더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열무김치#국수#열무국수#냉면#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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