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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불출마 및 탈당을 선언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근태 의원이 차에 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심경을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근태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를 구두선이 아니라 희생적인 결단으로 선언한 것이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출마를 포기한 것이 뭐 그리 큰 희생이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정치를 모르는 문외한의 말이다.

당 의장을 지낸 중진 정치인으로서, 일찍이 대선 출마를 공언해 왔고 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한 정치세력의 지도자로서 그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었음을 정치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결단에 감동한다. 역시 김근태다.

그의 선언문에는 불출마를 고심하며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는 구절이 있다. 왜 아니 그랬으랴? 나는 안다. 김근태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이 흔히 말하는 대통령병에 걸려서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외치고 싶었던 거다.

이 나라가 앓고 있는 고통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화려한 언어와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쇼맨십은 없지만 그의 가슴으로 외치고 싶었던 거다. 그렇게 외치고 있는 후보가 없기에 말이다. 그의 진군이 이렇게 순수했기에 아름다운 포기가 가능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따져보면 지금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추락하게 된 것도 '욕심들' 때문이다. 대통령은 너무 많은 일을, 오로지 자신의 스타일대로만 하고 싶어 하는 과욕을 부려왔고, 당의 인사들은 자신의 대권욕, 자리 욕심 때문에 정작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말을 못하고 지내왔다.

지금 이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대통합을 말하고 탈당이라는 극약 처방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욕심을 부리고 자기 장사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정작 대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김근태 의원의 결단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나는 그동안 당 의장을 지낸 지도자들의 탈당은 마지막 순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제 김근태 의원의 탈당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자유로운 지점에서 이런저런 세력들의 주장과 욕심을 억제하고 양보를 강제함으로써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 그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민주화운동사의 산 증인이면서 인격적 신뢰마저 얻고 있는 그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재야, 시민사회운동 영역 모두 그와 어떤 인연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욕심을 버린 김근태는 최적의 조정자이고 지도자이다.

나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이 김근태의 투신 이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 기대한다. 국민들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요구하고 있는,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와 거듭나기 위한 씻김굿의 희생번제물이 하나 제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김근태의 희생에 호응하는 물결이 필요하다. 그가 선언문에서 나열했던 후보군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손학규 후보도, 문국현 사장도 모두 자기 몫의 희생을 해야 한다. 민주당의 대통합파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통합을 위한 극적인 결단과 투신으로 응답해야 김근태의 제사가 완성된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뻔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정치 기술과 산법으로는 이 추락을 반전시킬 수 없다. 각자의 처지에서 무언가 반성과 희생의 제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고 실행이라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민심이 움직일 때 어려운 대통합도 종내는 이루어질 것 아닌가?

김근태 의원은 이번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아마도 다시는 대통령에 도전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더 큰 것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청년 시절부터 추구해온 조국에 대한 사랑을 희생과 헌신으로 실천해온 지도자, 대한민국의 정신적 대통령은 그의 몫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김근태#대선 불출마#여권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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