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2일 2007년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나라들의 인신매매 피해방지법(TVPA·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s)상 기준을 적용해 등급을 매겼다.
북한은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노력도 하지 않는 3등급에 속했다. 이 등급에는 쿠바·이란·베네수엘라·버마·시리아·수단·쿠웨이트·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들어있다.
한국은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등과 함께 1등급이었다. 1등급은 TVPA 법상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다.
그러나 보고서는 "동남아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매매되고 있다"며 한국 거리에 내걸린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적혀있는 플래카드 사진을 실었다.
이 보고서는 "동남아 여성을 상품으로 묘사한 이런 광고는 대만·일본·말레이시아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많은 여성들이 '가짜 남편' 또는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남편들에 의해 성적 착취를 당하거나 강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비정부기구들의 보고가 있다"고 소개했다.
TVPA 법상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 2등급에는 아프가니스탄·일본·이스라엘·대만·베트남이 들어갔다.
2등급에 해당되지만 인신매매 희생자들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등의 문제가 있는 '2등급 주의 요망국'은 중국·인도·러시아 등이었다.
그러면 미 국무부가 펴낸 이 보고서는 정작 미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보고서는 "미국은 성 및 노동 착취를 위해 매매되는 수천 명의 성인·어린이들의 공급국이자 목적지"라며 "특히 동남아·동유럽·중앙아메리카·멕시코 여성들이 매춘을 위해 미국에 매매된다"고 적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국을 '특별 사례'로 분류해 등급을 매기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라크에 대해서도 언급은 했는데 "아직 정치적 이행기"라며 역시 등급을 부여하지 않았다.
"북한 인신매매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상업적인 성 착취와 강제 노동의 목적으로 매매되는 남녀 성인과 어린이들의 공급국으로 규정됐다. 많은 북한인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으며, 수십만 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에 불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여성이다.
많은 북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국경을 넘다가 인신매매조직에게 붙들려 중국인들에게 신부감으로 팔리거나 강제노동을 하게 된다. 또 북한 당국은 강제노동 수용소에 15만~2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을 중국으로부터 송환받아 감옥에 보내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한다.
정확히 숫자를 알 수 없지만 북한 당국은 자국민들을 해외의 기업 등에서 일하게 한다. 이런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제가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들은 대단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이주의 자유가 없고 통신이 제한되며 그들의 월급은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계좌로 들어간다.
북한 당국은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극소수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북한에서 활동을 허용받았으나 항상 감시하에 있으며, 토착 NGO들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
이 보고서에는 탈북했다가 중국인에게 신부감으로 팔린 한 여성의 사례도 소개했다. 하늘(Hanuel)이라고 영문으로 표기된 이 여성은 "나는 아무 노동 능력도 없고 몸이 아픈 47살의 중국인과 결혼했다"며 "남편은 나를 때리면서 '내가 너한테 얼마나 돈을 줬는지 생각해봐'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3등급이다.
"한국 남성 동남아 미성년자 섹스 관광의 수요자"
한국은 일단 국내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인신매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과 소녀들이 미국(종종 캐나다와 멕시코를 경유)·일본·홍콩·괌·호주·뉴질랜드·캐나다·서유럽에 상업적 성 착취 목적으로 팔려나간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필리핀·태국 등 동남아국가 여성들이 성 착취 목적으로 한국에 팔려온다. 동남아나 태평양 군도의 미성년자 섹스 관광의 주요 수요자들은 한국 남성들이다.
비정부기구(NGO)들은 한국 남성들이 미성년자들과의 섹스를 위해 중국·필리핀·캄보디아·태국·기타 동남아 국가들로 여행하는 것에 대해 갈수록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에는 190건의 인신매매 사건을 조사해 36건을 기소했다. 한국은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위한 47개의 보호소를 운영중이며, 여성부는 24시간 비상 신고전화를 개설하는 등 성매매와 성착취 행위 차단을 위한 대대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1년 인신 매매실태 보고서에서 3등급이었으나 2002년부터 1등급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미국·이라크는 등급 없어
흥미를 끄는 것은 일본이 2등급에 있는 점이다. 일본은 상업적 성 착취 희생자들의 주요 도착지로, 외국 여성들이 일자리를 위해 입국했다가 속임수에 빠지거나 강제로 성적 노예가 된다. 일본 안에서는 미성년 소녀들의 성매매가 주요 문제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는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당한 노력은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점진적인 진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2001~2003년 2등급이었다가 2004년 2등급 주의요망국으로 떨어졌다 2005년부터 다시 2등급 상태다.
보고서는 "중국은 인신매매의 주요 공급국이자 희생자들의 도착지"라며 "특히 중국 안에서의 인신매매가 문제다, 해마다 1만~2만명이 인신매매되는데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로 동북 해안지역의 잘사는 지역으로 성 착취용으로 팔린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해서 보고서는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스부르크는 성 착취와 구걸 행위용으로 러시아 국내와 우크라이나·몰도바 등에서 인신매매된 어린이들의 집결지"라면서 "러시아 정부가 인신매매와의 전쟁 노력이 증가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4년 연속 2등급 주의요망에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는 아이티·부르나이 등과 함께 특별 사례로 묶여 등급이 매겨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라크 여성들은 성 착취 대상으로 시리아·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레이트·터키 등으로 인신매매되며, 거꾸로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인들이 인근 쿠웨이트·요르단 등 안전한 곳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에 속아왔다가 강제로 이라크 안에 들어와 건설노동자·청소부·하녀 등으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계속되는 테러와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정부의 인신매매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제한받고 있다"며 "이라크는 현재 정치적 이행기이기 때문에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