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앞두고 한 번쯤 찾아가 보아야 하는 다리가 있다. 경북 칠곡군에 자리한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구 왜관철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왜관읍 왜관리와 칠곡군 지산면을 연결하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이 철교는 일본이 대륙침략을 목적으로 가설한 경부선 철도의 일부분이었다. 칠곡군의 관광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철교는 1901년에 착공되어 1905년 1월에 개통되었다고 한다.
철골 콘크리트조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길이가 469m였으며, 폭 4.5m, 높이 8m였다. 경부선 423㎞가 복선화되고, 1941년 507m의 새로운 복선철교를 상류 쪽에 가설하면서 이 철교는 인도교가 되었다.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왜관철교는 슬픈 운명을 맞이한다. 1950년 8월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낙동강 저지선에 있던 다른 교량들과 함께 그만 폭파되고 만다.
피난민들이 밀려내려오는 가운데 다리가 폭파되어 민간인 희생자도 속출했다. 하지만 왜관이 북한군에게 넘어갈 경우 대구까지 함포 공격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필사적인 저항으로 막는다.
이후 북한군은 낙동강에다 모래 가마니를 깔아 전차 도하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아군의 포격으로 번번히 좌절되었다. 8월 16일에는 B29 전투기 98대가 강 건너편 일대 67㎢에 26분 동안 90톤이나 되는 폭탄을 투하하는 융단폭격으로 인민군 4만명 중 3만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국군은 북침을 거듭하며 결국 1953년 휴전협정을 체결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6·25전쟁시 북한군의 도하 방지를 위해 폭파된 다리의 경간은 그 해 10월 총반격 때 침목 등으로 긴급 복구한 이후 계속 인도교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복구 부분이 너무 노후되어 1979년 11월부터는 통행을 전면 차단한다.
한때 철도청에서 다리의 철거를 검토하였으나 호국의 상처를 간직한 다리를 계속 보존하자는 군민들의 의사가 받아들여진다. 칠곡군에서 1991년부터 93년 2월까지 공사를 진행해 교각 1기를 신설하고, 6·25전쟁 때 파괴된 상판 63m를 복구한다.
트러스 도색과 난간보수, 교면 및 접속도로를 포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 다리는 '호국의 다리'로 명명되어 가슴 아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치형의 교각 장식은 6개가 남아 있는데, 5개가 이어지고 중간에 하나가 비어있다. 바로 이 구간이 6·25전쟁 당시 끊어졌던 구간의 일부이다.
교각 아래로는 낙동강이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대구 아래쪽에는 오염된 강물이지만 이곳은 아주 맑은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가슴속이 아주 시원해진다. 간간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잡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강변 옆으로는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져 있다. 아주 부드러운 모래가 유혹하고 있어 해수욕장에 온 것 같다. 강둑으로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조깅을 하던 주민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전쟁의 상처를 씻은 낙동강 일대는 평화로운 모습만이 남아있어 여유롭다. 이제는 체육활동 및 휴식공간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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