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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아침, 나는 꿈자리가 좋지 않아 뒷목이 뻐근한 상태에서 아침을 분주히 맞이하고 있었다. 남편이 출근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전화벨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순창병원입니다. 며느님 되세요?"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세요."
"지금 아버님 가슴사진을 찍어봤는데요, 폐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인공호흡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청천병력 같은 말에 어리둥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단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전했고, 부디 전주병원까지 무사히 오시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한걸음에 달려온 남편은 많이 놀랐는지 긴장한 모습에 얼굴은 상기되어있었다.
우리는 병원에 가서 응급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일 분도 안돼 어머님과 아버님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님께선 심한 탈진증세를 보이시며 가래 섞인 기침과 가쁜 숨 때문에 무척 고통스러워 하셨고, 어머님 역시 많이 놀라셨는지 심한 멀미에 깡마른 몸은 몹시 위태롭기까지 했다.
어머님께선 일을 나간 남편에게 "뭐하러 전화를 했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셨지만, 그래도 아들이 와있으니 많이 안심이 되는 눈치 셨다.
나는 만 두 살된 둘째아이를 업고 남편과 함께 아버님 곁을 지켜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금세 저녁이 되고 나는 아이들 때문에 집으로 와야 했지만, 불편한 잠을 주무셔야 할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그날 밤 12시경 아버님께서 갑자기 숨이 멎어 간신히 인공 호스를 폐 속에 집어넣어 의료진의 노력으로 살아나셨다고 했다. 결국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다음날 아침 너무나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시는 아버님을 뵈며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동안 아버님께 못해 드린 것만 자꾸 생각이나 흐르는 눈물만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중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은 들어오는 일을 취소하고 면회시간마다 아버님 병 간호를 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병원에서 살다시피한 남편의 모습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편하다며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두 시간 정도 하는 면회시간마다 아버님의 전신을 닦아주고 혹시 욕창이라도 생길까 연방 부채질을 하는 남편을 보며 부끄러워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나는 과연 내 부모님께 저리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농사일을 혼자 지으시는 어머님께선 못다 심은 모를 심으러 시골에 내려가셨고, 남편은 이틀에 한 번꼴로 어머님을 모시러 가고 또 모셔다 주고를 반복하며 아버님 병 간호를 정말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 무렵 너무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일반병실로 옮겨진다는 소식이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오신 분들은 거의 오래 못 사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하늘을 감동시킨 남편의 효심은 기어코 아버님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시는 아버님모습이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껏 이렇게 맑은 아버님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매일 담배와 술을 동반자처럼 가까이하셨기에 이 좋은 목소리를 잃고 사셨던 거다.
젊은 연세에 병을 앓으시며 혼자 농사를 지으시는 어머님과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준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해하셨던 아버님, 그 괴로운 마음을 술과 담배에 위로받으시며 많이 외로우셨을 아버님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아버님 옆에는 항상 아버님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시는 어머님이 계시고 아버님의 그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는 착한 다섯 딸들이 있기에 아버님께선 복이 많으신 분이라 생각한다.
남편의 효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어머님께서 병원에 계시면서 남편이 쉬는 날에는 남편이 있고 남편이 일을 가면 어머님이 와계신다.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남편은 항상 맛있는 죽을 사들고 가서 아버님의 온 전신을 주물러드린다.
손과 발이 부어있을 날이면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주물러드린다. 남편의 이런 모습은 나에게 커다란 자극이 된다. 뵐 때마다 좋아지시니 어서 빨리 일어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란다. 칠순, 팔순이 넘으실 때까지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길…. 아버님 힘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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