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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오정숙 명창 1
공연 중인 오정숙 명창 1 ⓒ 오정숙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이 대목은 춘향가 중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랑가> 중 일부이다.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놀음인데 성적 농담도 예사롭게 등장한다. 이 춘향가를 완창으로 들어볼 소중한 기회가 생겼다.

오는 30일(토요일) 늦은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김규형, 김청만 고수의 장단에 맞춰 오정숙 명창의 동초제 춘향가 완창판소리 공연이 열린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 포스터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 포스터 ⓒ 국립극장
판소리의 유파는 서편제와 동편제의 양대 산맥을 비롯해서 중고제, 강산제가 있고, 동초 김연수 선생이 1930년대 여러 명창의 소리 중 좋은 것을 골라 짠 ‘동초제’도 있다.

이 동초제는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동작)가 정교하며, 부침새(장단)가 다양하다. 또 정확한 발음을 강조해 가사 전달이 확실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것도 특징이라는 평가이다.

동초제 창시자 김연수는 청중이 사설을 이해할 수 있어야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용을 모르고 듣는 소리에 애정을 가질 수 없음이다. 이 김연수를 이은 사람은 오정숙이다.

오정숙 명창은 전남고흥 태생으로 14살 때부터 김연수 문하에 들어가 소리를 시작해 그에게서 판소리 다섯마당을 사사받으며 동초제의 후계자로 자랐다. 그는 1972년 국내최초로 명동국립극장에서 ‘춘향가’ 8시간 완창공연과 여성명창 중에서는 처음으로 판소리 5마당을 모두 완창한 빛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오정숙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로 (사)동초제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이며, 1984년 케이비에스(KBS) 국악대상 판소리부문 대상을 받았고, 제1회 전주대사습 판소리 명창부장원(대통령상)도 받았다.

오정숙 완창 판소리에서 같이 연창할 오정숙의 수제자 김성예 명창
오정숙 완창 판소리에서 같이 연창할 오정숙의 수제자 김성예 명창 ⓒ 김성애
정정렬-김연수로 이어지는 동초제 판소리를 고스라니 이어받아 맑고 굵으면서도 갈라지지 않은 성음과 이면이 분명하고 사설과 발음이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정숙은 이번 무대에서 무려 8시간 동안 그의 수제자인 김성예, 박정선, 정시내와 연창으로 동초제 ‘춘향가’의 진수를 들려준다.

이 공연은 1977년 판소리 감상회로 시작하여 1985년 국내최초의 완창판소리 상설공연으로 22년간 이어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공연의 하나이다. ‘완창판소리’ 공연은 그동안 190여명의 명창이 최고의 기량을 펼쳤으며, 7만여 명의 관객이 공연의 품격을 느껴온 것으로 이제 국립극장을 대표하는 상설 전통무대일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판소리 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이다.

‘완창판소리’ 공연은 6월의 오정숙에 이어 동초제 판소리의 대를 잇고 있는 김성예 명창도 오는 11월에 예정되어 있으며, 성창순의 보성소리 춘향가(8월), 이옥천의 박봉술제 흥보가(9월), 염경애의 유성준제 수궁가(11월), 안숙선의 강도근제 흥보가도 있을 예정이다.

공연 중인 오정숙 명창 2
공연 중인 오정숙 명창 2 ⓒ 오정숙
이제 6월이 끝나가고 한 여름의 뜨거움과 함께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한동안 우리의 생활이 우울하고 힘든 나날일 수도 있지만 6월의 마지막 날 장중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해줄 오정숙과 그의 제자들이 들려주는 동초제 판소리의 진수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초제 판소리의 인간문화재 오정숙 누리집 : www.dongchosori.co.kr
공연 문의 : ☎ (02)2280-4115~6 (국립극장 고객지원실)
공연 예매 : 1588-7890 (티켓링크), 1544-1555 (인터파크)


#판소리#동초제#오정숙#김성애#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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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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