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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이명박·원희룡·홍준표·고진화 대선 예비후보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이명박·원희룡·홍준표·고진화 대선 예비후보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회는 치열한 토론으로 흥미를 끌었다.

각 후보자들은 농도의 차이는 있지만 포용정책에 대한 원칙적인 공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고진화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의 중단을 비롯해 대북 강경책을 주장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토론회 시작 전 한나라당이 밝힌 대북 정책 기조도 '북한 핵 폐기'를 전제로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10년 안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단계적인 통일 등의 내용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의 이체가 이뤄지면서 2·13 합의 이행 조건이 조성된 탓이 클 것이다.

지난 17일 평양에서 끝난 6·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북한 당국은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을 주석단에 앉히지 못하겠다고 '몽니'를 부렸고 행사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기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최소한 한 후보라도 이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을 성토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박계동의 '박'자도 나오지 않았던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박근혜] 김정일도 만났으면서, BDA에 대해선 왜 모르나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 토론회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홍준표 후보가 "BDA에 묶인 북한 자금이 2500만 달러인데, 이에 집착하지 않으면 북한은 당장 20억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BDA 자금에 집착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박근혜 후보에게 물었다.

박 후보는 "모르겠다, 그것은 북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BDA 묶였던 2500만 달러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당장 중유 5만t(t당 400달러로 총 2000만달러), 쌀 40만t(지난 5월 말 정부가 의결한 쌀 차관 비용은 1억5400만 달러)을 받을 수 있다. 홍 의원이 무슨 근거로 북한이 받을 혜택을 20억 달러로 추산했는지 알 수는 없다.

북한은 2500만 달러를 포기하면 1억7400만 달러를 바로 받아 7배가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데 BDA에 집착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그들의 표현대로 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집착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나올 무렵 미국은 BDA를 북한이 제조한 위조달러를 돈 세탁해줬다며 대북 금융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BDA 문제는 국내법상의 문제로 핵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은 6자회담을 하면서 금융제재를 가하는 것은 미국이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미국이 BDA에 묶인 북한 자금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지난해 12월 6자회담에 복귀했고 올 해 2·13 합의가 나왔다. BDA 문제 해결을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자신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물증'으로 판단했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그가 지난 2002년 평양에 갔을 때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를 베이징까지 보내줘 박 후보를 실어 날랐다.

박 후보는 ▲철저한 국제공조 유지 ▲북한에 부상과 제재를 적절히 사용 ▲원칙 있는 대북정책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통일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 좋다. 그러나 BDA에 묶인 겨우 2500만 달러에 그토록 북한이 집착했던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가 과연 북한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명박] 북한이 그를 믿어줄 것인가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 ⓒ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후보의 대북 정책은 상당히 화려했는데 기본적으로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이 핵심인데 한강 하구에 800만 평의 터를 조성해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으로 만들고 10년 안에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의 전제는 물론 북한의 핵 포기다.

그런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를 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김정일 체제보장·북미 수교 등이다. 북미 수교가 되면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미국에 수출할 수 있고, 일본과의 수교도 이뤄져 일제 강점시기 피해 보상 100억 달러(추정치)를 받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것과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클까? 기자가 보기에는 후자가 몇십 배는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양쪽에 전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방이 말만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불신해왔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북한도 대화에 나서겠지만

이 후보가 제시한 '10년내 북한 3000달러 만들기' 프로젝트도 결국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이뤄질 사업이다. 이 후보가 과연 북한과 이런 프로젝트를 놓고 협상을 시작할 만한 '관계'가 있는 지 의문이다.

한강 하구 800만평의 남북경협 부지, 비무장지대 이산가족 상봉소 설치는 경제적 대가 지불로는 힘들 것이다. 당장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고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정경 분리의 원칙하에 남북 관계를 운용했다. 그러나 정경 분리가 가능했던 것은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을 '정치적' 협상 상대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때부터 일관되게 평화통일을 주장해왔고 그 때문에 엄청난 정치적 곤욕을 치렀다. 그의 이런 이력이 북한으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와는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줬을 것이다.

이 후보가 혹시 고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라는 인식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되레 정 반대다. 북한은 여러 번 국제적 협상과정에서 증명했듯이 곶감 하나 주면 울음을 그치는 어린애가 아니다.

북한은 박정희 정부와 대화했고 7·4 남북 공동성명이 나왔다. 1980년대초 아웅산 사태를 겪고 나서도 전두환 정부는 박철언씨를 특사로 파견해 북한과 협상했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힘이 있는 자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대화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현재와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라면 그 대화가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홍·원·고] 홀가분한 공세... 그러나 당원들한테 욕먹는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이명박·원희룡·홍준표·고진화 대선 예비후보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19일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당 3차 정책 비전대회에 참석한 박근혜·이명박·원희룡·홍준표·고진화 대선 예비후보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 후보와 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위치가 홀가분해서인지 편하게 공세를 취했다. 홍준표 의원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박 후보와 설전을 벌였다.

"어떤 때는 김정일을 수괴라고 부르고 어떤 때는 남북 정상회담의 상대로 부른다"며 "지난 2002년 김정일을 만났을 때 박 후보는 김정일을 정상회담 상대로 인정했던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는데 사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북한을 별개 국가로 인정할 경우 영구 분단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홍 후보는 법률가답게 치밀하게 문제를 따지고 들었는데 '정치적 상상력'은 아쉬었다.

원희룡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무엇을 해주겠다가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핵을 포기하게 만들 것인가? 실질적인 협상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늘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토론회에 대해서 "(후보들이) 모두 대북정책에 집중했지만 정작 핵심인 구체적 해법은 모호했다, 경제공동체론·3단계통일론 등 화려한 비전의 전제조건이었을 뿐"이라며 "대북 정책의 비전은 넘치는데 현안 해법을 없다"고 꼬집었다. 원 후보의 지적은 맞는 말이다.

고진화 후보는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한나라당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화를 주장했던 사람이다. 당시 원 후보도, 현재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도 대북 강경책을 주장했다.

고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당론과 거리가 먼 주장을 해 "입 닥쳐" "탈당하라"는 야유를 받았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고 후보보다 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쪽이다. 또 고 후보야 의견만 밝히는 수준이지만 북한은 보수 진영 입장에서 볼 때 실질적인 남한 적화세력이다.

TV로 생중계되는 정식 토론회에서 특정 후보에게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경직된 한나라당 당원들이 현재 각 후보들의 대북 정책을 용인할 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올해 초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시도하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상태다.
#한나라당#대선#박근혜#이명박#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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