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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의 BBK 경영 및 주가조작 의혹을 놓고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20일 정무위에서 "이 후보가 2000년 2월과 5월, 6월 각각 설립한 LK이뱅크와 BBK·E뱅크증권중개의 30조 2항(이사회)이 똑같다, 3개사가 모두 동일한 조항을 두고 있는데 BBK 정관만 위조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이명박 후보가 (BBK에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3개사 정관 30조 2항은 이렇게 씌어있다.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전원의 과반수로 하며 가부동수인 때에는 의장이 결정한다. 단, 위 과반수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이사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무소속 이계안 의원이 윤증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이명박과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정관 조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윤 원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통상적으로 그런 식의 정관은 보기 힘들다"고 답하기도 했다.

▲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의혹을 추궁하기 앞서 서혜석 의원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현미 의원은 "계약을 맺을 때 건설사와 시행사가 각각 강자와 약자의 위치에 서기 때문에 이런 식의 사례가 나타난다고 한다"며 "이 후보가 건설업계에서 통용되는 정관으로 금융사 정관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사업에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는 "이 후보는 BBK 경영에 관여한 바 없고, BBK 정관도 김경준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 후보가 관련된 2개사(LK이뱅크·E뱅크증권중개)와 BBK의 밀착관계를 보여주는 정관 조항에 대해서는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의원도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시작 시점은 이명박과 김경준의 관계 단절 시점인 2001년 4월 27일보다 앞선 2000년 12월로 나오고 있다"며 "이 후보가 주가조작이 시작된 시점에 김경준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에는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의원들(차명진·김양수·진수희·이계경·김애실)과 당직자들(박계동)이 다수 포진해 있어서 질의 도중 간간이 이들과 범여권 의원들의 설전이 연출됐다. 정무위에서 유일하게 박근혜계로 분류된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현안 질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여권, '이명박 스터디'에 매달려"

▲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자료를 들어보이며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을 맡은 진수희 의원은 "청와대와 여권이 '이명박 스터디'에 열심히 매달리는데, 이런 열정을 4년 6개월간 민생현안에 투입했다면 오늘날 당이 폐업하는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차명진 의원(이명박 캠프 미디어홍보본부장)도 "하이에나 수십 마리가 몰려다니며 공격해봐야 초원의 주인은 역시 사자"라며 범여권에 '정치 공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계경 의원(한나라당 정무위 간사)은 "금감원이 2004년 8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BBK 관련 자료을 제출한 바 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낸 이유를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건교위에서 대운하 보고서 관련 질의할 때는 국회방송이 생중계를 하지 않더니 (BBK 의혹은) 생중계를 한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박계동 의원은 "(김경준 사건은) LK이뱅크·BBK·옵셔널벤처스 등 영어가 많이 나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딱 좋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BBK 경영참여를 시사한 2000년 10월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날 <동아일보>는 이 후보와 BBK가 관련없다고 보도했는데, 오보 하나를 가지고 마치 명확한 증거인 양 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2001년 <월간중앙> 3월호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BBK에 펀드를 묻어놓고 있다"고 말했고, 인터뷰를 한 기자는 "이 후보로부터 들은 대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진수희 의원은 "주가조작에 이용된 38개 법인계좌 중 (이 후보가 대표를 맡은) LK이뱅크 계좌는 단 하나뿐"이라며 "LK이뱅크 계좌는 BBK 자금의 중간창구 역할만 했고, 해당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시점도 이명박이 LK이뱅크 대표를 물러난 2001년 4월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LK이뱅크 회사자금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경준이 LK이뱅크 계좌를 주가조작에 이용하는 데 이 후보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경준이 LK이뱅크 계좌 1개를 쓴 것은 맞는데, 이 후보가 LK이뱅크의 대표이사였던 시기(2000년 12월~2001년 3월)에 이 계좌를 통해 총 44회의 허수매도 주문이 이뤄졌다"며 "이 후보는 자신의 회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만으로도 3500명의 소액투자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할 때 활용빈도가 높은 계좌의 소유주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소환조사를 하는데, 이 후보는 소환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경준 사건' 정보 입수 경로도 논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김경준 사건 관련 정보의 입수 경로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20일 국회 정무위에서 자료를 동원해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범죄인도요구서'를 봤다고 했는데, 정식으로 제출되지도 않은 공문서를 어디서 봤는지 답하라."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 "의원이 자료를 입수한 경로를 공개하라는 것은 국회사에 없는 일이다."

김현미 의원 "한나라당은 이런 자료가 나오자 '청와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자료'라고 했지만, 청와대보다도 미국과 가까운 정당이 한나라당 아니냐? 미국 법정에서는 사건 관련 변호사가 열람을 신청하면 자료를 제공해준다."

김정훈 의원 "미국 변호사로부터 한국 국회에서 질의하는데 그 자료를 쓴다는 동의를 받았나? 만약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위법 행위다."

김현미 의원 "(입수 경로보다) 자료의 진실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

김현미 의원은 더 나아가 "이명박 캠프의 모 변호사가 한 언론사 기자에게 '나도 박영선 의원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박 의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공개하면 나도 좌시하지 않겠다. 박 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지만, 기자에겐 없으니 '박영선 자료'를 조심해서 쓰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이 후보와 주가조작 사건의 관련성에 대해 "김경준의 주도하에 모든 것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검찰에 김경준만 시세조정 혐의로 수사를 통보했다"며 "검찰 수사가 재개되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철 부원장보도 "김경준이 BBK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한 사실만 있고, 실질적인 주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된 게 없다"고 밝혔다.

태그:#BBK, #정무위, #주가조작,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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