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05년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
지난 2005년 9월 19일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오른쪽)와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왼쪽)가 송민순 수석대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악수가 있은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계좌 동결 조치 ⓒ 연합뉴스 성연재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1일 전격 북한을 방문했다. 22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오니 1박2일의 짧은 일정이다.

그의 방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역대 미 고위급 관리 또는 비중있는 인물의 방북 뒤에는 북·미 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북한은 켈리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부시 행정부라는 새로 등장한 정권과의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반대였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보유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부터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1차 북핵위기를 봉합했던 제네바 합의는 깨졌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뒤 매년 북한에 지원해오던 중유 50만t 공급을 끊었고, 신포에 건설 중이던 경수로 공사도 중단시켰다. 북한도 2002년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했고,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 핵 재처리를 시작하는 조치로 맞섰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지난 2000년 10월 23~25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부 장관의 평양 방문 때는 북·미 수교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

올브라이트의 방북에 앞서 북한의 조명록 차수는 그 해 10월 9~1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조·미 공동커뮤니케'를 내놓았는데 "쌍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이 조성된 데 대하여 심도 있게 검토하였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즉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해 논의했던 것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행 뒤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앞서 1999년 5월 25일~28일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은 평양을 방문했다. 1998년 8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 때문에 북미 관계는 상당히 험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페리 조정관은 북한을 방문하고 난 뒤 1999년 9월 페리보고서를 내놓았는데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자제 및 미국의 대북 경제재재 완화, 남북 관계의 적절한 개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완전 중단과 북·미관계 정상화 모색 ▲북·미수교를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를 완전히 해체 등의 획기적인 내용이 들어있었다.

정부 당국자 "힐은 특사 자격 아니다"

그러면 이번에 방북하는 힐은 과연 어떤 목적일까?

직급으로 볼 때 그는 차관보급으로 최고위직은 아니다. 그리고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다. 현재 6자회담은 지난 3월을 마지막으로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또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이 이체되기는 했지만 2·13 합의 초기 단계 조치의 이행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번 힐의 방북은 6자회담 수석대표 자격으로 실무적인 방북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많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북미간에 사전 조정이 안되있으면 큰 의미가 없다"며 "힐의 이번 방북은 농축우라늄 문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 등 앞으로 상당한 걸림돌로 예상되는 문제를 북한과 사전협의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을 초청하고 난 뒤 힐이 방북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국이 서두르는 것 같다"며 "다소 비약한다면 이번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등의 문제도 논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교수는 "이번 힐 방북은 의미를 과도하게 평가해도 무리가 없는 사건"이라며 "북미가 베이징에서 만나도 되는데 굳이 힐이 평양까지 가는 것은 미국의 양자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힐의 방북에서 ▲2·13 초기 조치의 조속한 이행 ▲폐쇄 조치에 이은 북 핵시설의 불능화 및 이에 대한 미국이 제공한 인센티브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이번 힐 방북은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실무적 성격의 방북이라기 보다는 "부시 대통령의 특사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지난해 11월 북미 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전략적 결단을 했고 이에따라 2·13 합의가 나왔고 BDA문제도 해결됐고 2·13 합의가 이행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런 시점에서 이뤄지는 힐의 방북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 다음번에는 지난 2000년 올브라이트-조명록 급에 해당되는 인물들의 상호 방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백 실장은 "힐이 이번 방북 때 부시 대통령의 친서 또는 구두 친서를 가지고 갈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힐 차관보는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초청을 받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겸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자격으로 간다"며 "미국은 '이번 방북은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국에 설명해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힐 차관보가 특사 자격은 아니지만 그의 방북에 대해서 미국 내부적으로 최고위층의 재가가 있을 것이고 내부 협의과정에서 이런 저런 논점이 준비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