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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조개 반 토막
ⓒ 맛객
때 이른 무더위를 겪은지라 장마가 반갑기만 하다. 지금은 비를 맞는다는 게 모험이 되었지만, 어렸을 적만 해도 비 맞는 게 하나의 놀이였다. 마치 눈 오는 날 날뛰는 강아지처럼 우리는 비가 오면 날뛰었다. 그러다가 운 좋으면 마당 한쪽에서 팔딱 거리는 미꾸라지도 발견했다.

비오는 날엔 하늘에서 심심찮게 물고기가 떨어지곤 했다. 가끔은 토끼 귀처럼 쫑긋 두 갈래로 뿔처럼 자란 조갯살도 발견했다. 얼마 전에 먹었던 맛 조개가 영락없이 어린 시절 보았던 그 조갯살과 닮았다.

봄철 우리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 주던 키조개와 새조개는 들어갔지만 맛조개가 빈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 새조개와 키조개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맛조개에서 우러난 국물 하나만큼은 여느 조개 못지않다. 삼삼한 감칠맛에 혀가 발라당 넘어간다니깐요. 그렇게 맛이 좋으니 이름도 '맛조개'가 아니겠는가.

▲ 주로 남도에서 채취되는 가리맛
ⓒ 맛객
맛조개는 남도 쪽에서 나는 것과 서해안에서 나는 것이 약간 차이가 있다. 서해안 맛조개는 '죽합'이라 해서 대나무처럼 쭉 뻗었다. 대게에서 가장 긴 다리 한 토막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색깔도 대나무마냥 푸르스름하다. 반면에 보성 고흥 장흥 일대에서 나는 맛조개는 '가리맛'이라 해서 길이는 작고 몸통은 통통한 게 특징이다.

남해안은 가리맛, 서해안은 죽합

▲ 육수에 맛조개를 담그고 위에 미나리를 얹어 익히고 있다
ⓒ 맛객

▲ 껍데기가 벌어지면 살점과 분리해 낸다
ⓒ 맛객
약 2주일 전 동네 단골집에서 맛조개를 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배와 함께 맛을 보러갔다. 2만5000원하는 맛조개를 주문하니 육수 냄비와 맛조개 한 접시가 나온다. 남도 벌교에서 공수해왔다는 가리맛이다. 짧지만 통통해서 제법 살점이 있어 보인다. 육수에 먼저 맛조개를 넣고 위에 미나리를 덮고 익히다가 껍데기가 벌어지면 살점을 떼어내고 살짝 더 익혀서 먹는다.

▲ 다 익었다. 미나리와 맛조개를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으면서 중간 중간 국물도 떠 마시면 속이 확 풀린다
ⓒ 맛객

▲ 맛조개 속살
ⓒ 맛객
미나리부터 건져 먹고 맛조개를 먹기 시작한다. 어떤 건 한 잎에 먹기 벅찰 정도로 커 가위로 잘라먹기도 했다. 미나리와 맛조개에서 우러난 육수는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감질만 날 뿐이다. 그릇째 들고 후루룩 마셔야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 확 풀어지는 느낌이 난다. 술 한 잔 마신 게 도로아미타불 되는 부작용이 있는 게 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 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0506745 에 있습니다.


태그:#맛조개, #가리맛, #죽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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