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미군철수지 중 일부인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온양 정씨 소유 토지. 한쪽에는 곡물이 자라지만 미군 쓰레기가 매립되었던 곳은 비료를 줘도 곡물이 자라지 않는 죽은 땅이 되었다.
ⓒ 박신용철

반환미군기지 환경협상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환경부가 2005년 국정감사에서 SOFA 환경조항 개정을 공식 제기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2005년 국정감사에서 다음과 같이 질타했다.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과정과 결과는 미측의 사전 동의가 없으면 사실상 알 수가 없고 심지어 국회 자료제출도 미측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자괴감이 드는 것은 한국정부가 생산한 자료마저 미군과 관련한 것은 미군의 동의가 없으면 공개를 못하고 있다. 정말 주권국가로서의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가.

국가안보나 군사상 기밀에 대한 것은 이해가 간다. 환경문제가 무슨 국가안보나 군사상 문제가 되는 것인가, 주권이 미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것이다. 환경부 국감을 준비하며 상당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마치 식민지 국가에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불쾌하다."

이에 대해 당시 환경부 이재용 장관은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가 적용되는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침해 없이 주권 적용을 하겠다. 반환 이후에 발견되는 환경오염 치유 책임을 명시 한다던가, 환경오염 조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SOFA협정 개정문제가 되는데 SOFA합동위를 통해 미국측에 공식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부는 SOFA 개정을 위해 미측에 공식 제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5일 국회 청문회 업무보고에서 "일률적인 조사, 치유기준 부재, 조치 확인 문제, 언론 및 일반공개 등 환경절차 개선방향을 관련부처와 협의,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군철수지 ‘죽음의 땅’으로 변해
미군,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철수…방대한 폐기물 방치

▲ 미군철수지 주변 토양에서 석유 찌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37년 철수한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필자는 2005년 8월경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미군철수지 2곳을 취재했다. 한 곳은 온양 정씨 소유의 사유지였고 또 다른 곳은 허준 선생 묘역 근처의 국방부 소유지였다.

토지소유주 정 아무개씨는 1972년 회복등기를 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때를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토지를 회복해 처음 개간을 하다 보니, 유리병 조각이 말도 못할 정도였다. 일반인들과 한국군이 일체 출입을 하지 못했을 때 매립된 것이기 때문에 미군쓰레기이다.”

도지 형식으로 경작을 하던 조씨도 “해마다 밭을 갈았는데 작은 약품병, 맥주병 조각, 무기 종류 등 온갖 미군 쓰레기가 나왔다. 유리가 너무 많아 맨손으로 작물을 심지도 못했고 비료를 줘도 싹이 나오지 않아 농사가 안된다”고 했다.

미군철수 후 37년동안 방치되고 있다. 국방부는 현 토지소유주가 미군 불법 매립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소유의 또다른 지역은 오염상태가 더 심각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일대는 과거 미2사단 예하부대가 대단위로 주둔했던 곳이다.

1970년경 미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사용했던 전신주와 전선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농민들이 개간한 길 옆에는 철제 함석, 기둥, 드럼통 등 산화되어 검붉게 녹이 묻어나오는 각종 철골들이 쌓여져있거나 땅에 묻혀 있었고 매우 두꺼운 콘크리트 잔해들도 여기저기에 방치되어 있었다.

성인 남자의 가슴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을 정도로 지상과 지하에 미군 시설이 설치되었던 곳도 남아 있었는데 이런 현상은 한 곳에 국한되지 않았고 미군이 주둔했던 광범위한 지역에서 확인되었다. 영농인들도 이 일대를 개간하면서 땅속에서 각종 철제 잔해물이 나오고 있고 입지가 좋은 곳을 개간하기 위해 가보면 미군막사 등 건축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풀도 자라지 않는 콘크리트 산이 되어 버렸다고 증언했다.

특히 주한미군 수송부, 연병장, 식당 등 대단위 주둔지가 있었던 곳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미군이 떠나면서 방치된 각종 철제 잔해물에서 배여 나온 녹이 침전물을 이뤄 물 빛깔이 검붉게 보일 정도였으며, 토양에서 검은색 기름이 흘러나와 개울에 두껍고 검은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개울물의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땅속에서 개울로 스며 나온 검은 석유 찌꺼기의 실체는 ‘루삥’이었다. ‘루삥’은 건축부자재인 아스팔트 펠트의 속어로 전문적으로는 유기질 섬유 중에서 가장 내구력이 좋고 원지를 유연하게 하는 양모, 목면, 석면 등을 원료로 해 만든 특수 원지를 가열 융용한 침투용 스트라이트 아스팔트(Straight Asphalt (AP-3)) 속에 통과시켜 원지에 아스팔트 침투율이 110% ~ 150% 이상 침투시켜 나온 제품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특수 용지에 석유제품을 덧입혀 만든 제품으로 환경오염 물질이다. 아스팔트 펠트는 검은색을 띠고 점착성, 방수성, 방습성이 우수해 바닥공사, 지붕 벽 등의 방수, 바닥재료 포장용 등으로 쓰이는데 온도에 의한 변화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민통선 지역 주민들은 미군부대에서 얻어온 루삥으로 임시 천막가옥을 지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건축부자재다. 루삥을 제조하는데 첨가되는 석면도 매우 위험한 환경오염물질이다. 백남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석면은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제시한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 중 하나로 석면제품을 만들거나 쓰고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석면 먼지를 마시게 되면 암에 걸릴 가능성인 높다.

석면 먼지가 몸속에 들어가면 축적되어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일으킨다. 석면이 일으키는 암 중에는 종피종암이 있는데 몸속에 들어간 석면 먼지가 조직을 뚫고 늑막이나 복막까지 들어가 일으키는 암인데 대부분 진단을 받은 후 1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종전 후 비무장지대 서부전선 17마일에 직접 주둔해 있었다. 리차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7월 25일 동남아시아 5개국 순방 중에 소위 ‘괌 독트린(닉슨독트린)’을 발표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 주둔하던 미군 병력이 주요 골자였다.

미군은 1970년 7월 5일 주한미군 6만4천명 중 2만명을 1971년 6월까지 철수한다는 방침을 한국정부에 공식 통보했고 주한미군사령부는 1970년 10월 17일 감축인원 2만명 중 이미 1만2천명이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 제7보병사단 기지였던 캠프 비버(동두천 소재)가 1970년 11월 2일 폐쇄되었고, 경기도 문산에 있던 미2사단사령부가 동두천으로 이전했다. 미군철수와 후방배치로 공백이 발생한 비무장지대 서부전선 17마일의 경계임무는 한국군 1사단으로 이양되었고 1971년 3월 27일 현재, 이 일대에는 JSA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유엔군경비대대만 남게 되었다.

미군이 직접 주둔했던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풍양 조씨, 온양 정씨, 원주 원씨 등의 집성촌이 밀집했던 지역이었다. 전쟁 발발 후 임진강을 건너 피난을 나왔고 종전 후 군사지역으로 묶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들 사유지를 주민 동의없이 미군에게 공여했다.

이 일대가 민간인에게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72년경으로, 박정희 정권이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증산계획을 추진하면서 부터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