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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주말 오후, 별다른 약속이 없는 분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권한다. 배낭 메고 지도 찾아가며 하는 여행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을 샅샅이 둘러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십 년 넘게 이웃에 살면서 이름도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허다한 것처럼 전국의 '명승 유적지'는 잘 알아도 자기고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를 타고 빨리빨리 돌아보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자동차면 어떻고 자전거면 어떻겠는가! 그러나 역시 자전거가 제격이다. 자전거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교통수단이기에 빨리 달리며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지만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같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에 한해서. 또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고 자동차를 이용하기에는 주차 문제 등으로 부담이 따르는 장소에도 자전거가 제격이다. 23일 오후, 경기도 안양 평촌 중앙공원 부근을 둘러보았다. 마침 중앙공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때늦은(단오는 음력 5월 5일인 지난 6월 19일이었다) 단오제 행사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어린이들의 재롱도 보고 자전거 타면서 한가한 주말의 오후도 즐기고.달려라 달려 단오야! 날아라 날아 공동육아@IMG5@@IMG7@@IMG6@오후 2시 30분경, 중앙공원에 도착했다. 행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중앙공원 내 운동장 가장자리에 천막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앞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천막에서는 부스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장명루'를 만드는 부스에 아이들과 어른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가득했다. 장명루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5색실을 땋아 만들어 팔목에 매는 일종의 팔찌다.단오부채 만들기 체험장도 인기가 있었다. 단오부채는 조선시대 임금이 단옷날에 벼슬아치들에게 하사하던 부채다. 또, 평민들도 서로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이라 부채를 선물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쑥 주머니 만들기' 행사를 하는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조상들이 쑥을 뜯어 말렸다가 일년내내 약용으로 쓰던 것에서 유래한 행사다. 또, 쑥 주머니가 액운을 막아준다는 얘기도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과 부모들이 틈날 때마다 캐어 말린 쑥을 소목, 치자, 울금으로 염색된 삼베 주머니에 넣어 만드는 행사였다. TV사극에서만 볼 수 있던 '투호'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투호 는 길다란 막대를 던져 호리병 안에 집어넣는 놀이다. 서울의 궁내(宮內)와 양반 집안에서 주로 행해졌었다. 또, 남자들도 많이 했지만, 함부로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던 양반 부녀자들이 집 안에서 많이 즐겼다.이날 행사는 안양, 의왕, 산본의 4개 공동육아 어린이집 주관으로 열렸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내 자식 하나 잘 키우는데 만족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워보자는 취지로 세워진 어린이집이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모여 자금을 모아 어린이집을 세운 것이다. 이날 행사의 취지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을 되살리고 지역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하자는 것이다.벼룩시장에는 물건이 와글와글 @IMG2@@IMG1@@IMG3@@IMG4@"칼 사세요." "악어가죽 지갑이 3천원입니다."중앙공원 옆 '차 없는 거리'에서는 알뜰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알뜰 벼룩시장은 중고물품을 팔고 교환하는 시장이다. 물건들도 와글와글했고 사람들도 와글와글했다. 검도를 배울 때 쓰던 장검을 팔러 나온 어린이가 인상적이었다. 칼 한 자루만을 팔기 위해 뙤약볕에 나온 것이다. 칼을 사달라고 목청껏 외치는 모습이 어린 나이지만 제법 장사꾼티가 났다.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거상'이 될 아이였다. "이 지갑 얼마예요?""3000원입니다.""두 개 살 건데 5000원에 주세요.""네 그렇게 해 드릴께요" 시원하게 흥정하는 모습이다. 깎아달라는 사람은 거침없고 깎아주는 사람은 흔쾌하다. 지갑, 기타, 모자, 구두 등 온갖 생활용품을 바닥에 전시해 놓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50대로 보이는 여자 손님에게 지갑 두 개를 팔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도 재활용품인가요?""하하! 이건 재활용 아니구요. 한 번도 입지 않은 겁니다."남자 팬티 한 장에 5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 보았다. 다른 사람이 입던 팬티를 판매한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에서다. 벼룩시장 상품의 주류를 이룬 것은 옷가지고 손님들도 옷 파는 곳에 가장 많았다. 상품도 다양했다. 원피스에서 속옷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었다.안양 알뜰 벼룩시장은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나눈다는 의미로 열리는 시장이다. 때문에 진열되는 상품은 재활용품으로 제한된다. 재활용품이 아닌 신품은 시장을 만든 취지에 맞지 않기에 원칙적으로 진열할 수 없다. 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신고할 필요 없이 신분증만 지참하면 된다. 안양시민이라는 것만 확인하는 것이다. 학생은 신분증이 필요 없다. 팔거나 교환하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학생들은 아무런 확인 없이 물건을 펼칠 수 있다. 벼룩시장은 안양시 청소 사업소에서 관리한다.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는 얼굴들을 만나 맥주 한 잔 얻어 마셨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한 잔 마시고 대화에 잠시 끼었다. 맥주 한 잔씩 마시며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자전거가 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주말의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단오제,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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