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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으로 가득한 전시실
연꽃으로 가득한 전시실 ⓒ 오명관


지난 21일(목)부터 어르신 두 분이 찍은 연꽃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익산시교육청 건너편 한 뼈다귀탕 2층에 위치한 백강 아트·홀. 허름한 건물을 임대하여 아담한 크기의 전시장으로 꾸몄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사뭇 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왼쪽이 신길수 작가, 오른쪽이 이준구 작가
왼쪽이 신길수 작가, 오른쪽이 이준구 작가 ⓒ 오명관
넉넉한 웃음으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지긋한 연세의 이준구(83) 작가와 당당한 체구와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신길수(69) 작가가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이준구 작가가 40여년된 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구 작가가 40여년된 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명관
이준구 작가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어연 50여년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폐허가 된 거리와 전쟁의 아픔을 담은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많은 사진들은 사라졌고 남은 건 40여 전에 구입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가 전부라고 합니다.

이 작가는 "40여년 전에 구입한 이 카메라로 촬영할 때면 사람들이 지나다가 웃기도 해 민망할 때도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나 반평생을 함께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긴 소중한 재산"이라고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또한 "26년 동안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매년 40일간 연화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에 열중했습니다"며 "연화는 7, 8월 더위 속 시궁창에서 태어나지만 외부 조건에 티끌만큼도 굴복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습니다"라며 연화에 대한 예찬론을 쏟아냅니다.

연꽃의 아름다움
연꽃의 아름다움 ⓒ 오명관
이 작가는 끊임없이 연화에 대해 말을 합니다. 오랫동안 촬영하면서 아마도 연화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혼탁해져도 더러움을 정화하려는 듯 청청한 마음과 아름다운 자태로 거룩한 향기를 내뿜는 연화는 사람의 혼을 빼놓기도 합니다"며 "60일 동안 연화는 만물의 생로병사의 진리를 담고 있는데 이 세계가 바로 일원의 낙원세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의 말이 마음에 닿더군요.

"연화를 영상의 미로만 표현하지 말고 우주의 진리를 인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진으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연꽃이 물과 하늘을 배경삼아 자태를 뽑내고 있다.
연꽃이 물과 하늘을 배경삼아 자태를 뽑내고 있다. ⓒ 오명관
이렇게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자, 신길수 작가도 한몫 거듭니다. 신 작가는 "저는 겨우 10여년의 경력이지만 이 작가는 50여년의 경력이 말하듯 대단한 열정을 지니신 분"이라며 치켜세웁니다.

신길수 작가는 현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로 일주일에 6시간 정도를 출강하면서 틈틈히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이곳 저곳 사진을 찍기 위해 다니다가 어느날 연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찍었는데 너무 아름답더라구요"라며 연꽃과의 인연을 말합니다.

"특히 가시연꽃을 찍은 적이 있었고 전시도 했지만 멸종 위기에 있다는 말에 더욱 애착이 가 이젠 연꽃박사가 다 되었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렇다고 연꽃만 찍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신 작가.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에도 나가 촬영하기도 했는데 제일 인상에 남았던 곳은 중국에서 찍은 '다락논'이었다며 혼자 보기 아까워 화보집을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화보집을 보는 순간, 도대체 이게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희한하면서도 멋지더군요.

신길수 작가가 중국에서 찍었다는 다락논.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틀림없는 사진이라고 한다.
신길수 작가가 중국에서 찍었다는 다락논.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틀림없는 사진이라고 한다. ⓒ 신길수 작가
신 작가는 "화보집에 있는 모든 것은 사실 그대로인 사진입니다"며 "노을이 질 때와 물이 있을 때 등 다양한 각도로 찍다보니 그림처럼 보이는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젠 익산의 아름다운 공원을 찾아 그곳에 피어 있는 꽃들을 촬영하려고 합니다"며 "특히 배산체육공원에 있는 장미들이 잘 정돈되어 있어 이젠 익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더군요.

이렇게 앉아 인터뷰를 하고 전시된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 꽃들의 화려함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나이를 잊고 젊은이들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있어 그런것이 아닐까요?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이 두 분의 활동은 귀감이 됩니다. 시궁창 같은 곳에서 화려한 꽃망울을 피우는 연꽃은 우리 인간사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전시실과 화려하지 않은 곳에서 태어나는 연꽃 감상을 위해 아이들 손잡고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약력

이준구(83) 사진작가 (익산사진작가협회 부지부장)
*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 전라북도 사진대전 초대작가
* 전라북도 사진대전 운영위원
* 개인전 3회, 초대전 3회
* 구인(求人)사진회장 15년 역임
* 일본국 대판(오사카)영연 사진협회 촬영대회 준우수상
* 연꽃달력 세계 16개국 20,000부 보급
* 2003년도 연꽃 작품집 출간

신길수(69) 사진작가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 전) 익산사진써클연합회 회장
* 화인다사우회 지도위원
* 전국춘향촬영대회 금상 외
* '내가 본 자연' 전시회 외
첨부파일
omg71_368958_1[1].wm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익산시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꽃#신길수#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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