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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들의 구구절절한 파업 이야기를 <오마이뉴스>가 27일 낮 12시부터 인터넷 생중계로 들려드립니다. 문정우·윤무영·김은남·안은주·주진우 기자가 출연해 기사삭제 사건 시작부터 총 사표를 내기까지, 그 과정을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편집자주>
어머니와 찐빵 - 작사 고재열, 작곡 산울림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한 귀퉁이에 팥찐빵이 수북히 쌓여 있네
어머니 핸드폰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또 찐빵을 데워 먹으라고 하시는 구나
찐빵을 쌓아 놓고 편안하게 투쟁하시려나 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우유에 찐빵,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찐빵을 쌓아 놓고 투쟁하시는 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우유에 찐빵,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 작품 주제 : 시사저널 노동조합 사무국장의 딸로서 갖는 강한 자의식과 넘치는 자부심을 드러낸 작품.

'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가운데가 노조 전 사무국장이었던 안은주 기자다.
'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가운데가 노조 전 사무국장이었던 안은주 기자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은주 선배는 이번 <시사저널> 파업 과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게 된 선배입니다. 정말 아쌀합니다. 비유하자면 <시사저널> 노조의 '소서노'입니다. 아마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훌륭한 사무국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파업 초기에 <시사저널> 안씨 3남매가 특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노조위원장 안철흥 기자, 사무국장 안은주 기자, 기술총책 안희태 기자. 그 중에서도 안 선배가 좋은 이유는 사람들을 포용해내는 너른 가슴이 있어서입니다. 안 선배는 집행부와 조합원, 특히 저처럼 까칠한 조합원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합니다.

그런 안 선배가 유일하게 품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딸 지민입니다. 안 선배가 지민이와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몇 번 들었습니다. 지민이의 투정을 들어주다 늘 똑같은 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냉장고에 찐빵 있으니까 전자렌지에 데워먹고 혼자 놀다 자라."

다행히 안 선배를 닮아 똘똘한 지민이는 바쁜 엄마를 이해하고 혼자 잘 챙겨 먹고 잘 놀고 잘 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곧이곧대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지민이는 원래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들이 함께 쓴 <기자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에서 반주를 해주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나 행사 뒤풀이까지 다 마무리하려면 지민이를 챙길 수 없다는 생각에, 안 선배는 결국 지민이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날도 지민이는 냉장고의 찐빵을 꺼내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을 겁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가 어렵게 살고 친일파의 후손은 3대가 호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가 자랑스럽게 살고 친일파의 후손은 3대가 쪽팔리며 삽니다.

조금 힘겨웠지만 <시사저널> 가족들에게도 이번 파업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믿습니다. 비록 '가난한 설'을 보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혹시 여분의 박수가 있으시다면,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었던 가족들에게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시사저널파업#안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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