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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서울 성북구의 개천변이다. 이 집에서만 15년 이상을 살고 있는데 개천변이라서 그런지 모기가 참 많다. 몇 년 전부터는 청계천 개발의 여파가 우리집 근처 개천까지 미쳐서 개천과 둑방이 많이 깨끗해지고 개천에는 물고기도 살고 오리도 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기들도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름만 되면 우리 동네의 어느 집보다 우리집에는 모기가 빨리 생긴다. 그렇다고 우리집이 불결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집 근처에 개천과 습지가 있다는 이유로 그 누구보다도 일찍 모기를 조우하고 여름을 맞는다. 집모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우리 가족의 여름이 시작한 것이다.

우리집이, 특히 내 방이 여름밤을 맞이하는 순서는 매년 일정하다. 어느 해든 유월이 되고 날씨 탓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다보면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창엔 방충망이 있고, 방문에 발이 걸려 있지만 어느 틈으론가 모기가 한 두마리 들어오고 여름은 시작된다.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경이 예민한 나는 새벽까지 잠을 설치다가 불을 켜고 모기를 잡기 시작한다. 피곤하고 짜증나고 덥고, 여름이 온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한 여름 시작의 기억은 이렇게 모기와 함께 불쾌하다.

어릴 때는 유일한 대안이 모기향이었다. 잠들기 전에 모기향을 피워놓고 잠을 자면 모기들이 사라지는 듯했다. 모기가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기향에 불을 붙이는 순간 묘하게 심리적 위안이 되었다. 모기향 연기와 함께 편안한 수면에의 안심이 되었다.

그헣게 몇 년을 보냈는데, 언젠가부터 모기향이 몸에 해롭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냄새가 지겨워졌다. 때론, 아침에 일어나면 옷에 모기향 냄새가 배인 듯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홈매트'다.

홈매트는 향긋한 것이 모기향보다는 훨씬 나았다. 지속 시간도 모기향의 두배 정도는 된다. 모기도 훨씬 잘 잡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기향을 그만사용하고 홈매트를 쓰기 시작했다. 여름만 되면 홈매트의 마니아가 되었고, 다섯 명인 우리 가족들은 방방마다 홈매트를 사용한다.

그러다가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도 잠깐 사용하고, 모기장도 사용하여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기가 언젠가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새벽녘까지 모기 왱왱거리는 소리에 잠 못 이루기 일쑤였는데 요즘에는 모기가 줄어들었다.

초저녘에 몇 마리 잡으면 모기가 밤에는 나타나질 않는다. 개천을 정비한 탓인지, 공해 탓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집에서는 모기가 줄어들었다. 물론, 푹 잘 수 있는 여름밤이 되어서 참 좋다. 그러나, 한편, 가끔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이면 예전, 모기 때문에 잠 설치던 밤들을 회상해 보기도 한다. 그 땐 그랬지...

모기가 내가 알려주는 철학은 삶이란 계속 나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오늘 밤도 모기가 많았던 예전의 여름을 기억해 보면서 요모조모로 살기가 많이 나아졌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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