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뜬금없이 어머니가 전화하시는, 뜬금없는 날이 한 달에 한두 번은 반복된다.
"조기 떨어질 때 되었쟈? 또 올려 보내마."
그리고 이내 전화선을 타고 아들내미 찬 걱정, 건강 걱정이 지청구로 쏟아지고, 여자란 자고로 '남편 잘 먹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란 일장 훈계가 끝나고서야 전라도발 전화는 멈추곤 한다.
생선을 싫어하는 나, 비린내 나는 음식이 딱 질색인 나. 그나마 구운 것은 먹어도 끓인 생선은 절대로 먹지 못하는 나. 결혼하고 첫해 설날에, 한 상 가득 차려진 생선들의 향연에 밥 한술 뜨지 못하는 나를 두고 어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다.
"어구 남편 굶기기 딱 좋을 것."
그 후 혹시 보낸 조기들이 그냥 냉장고에서 썩는 것은 아닌가 궁금하신지 한 달에 한두 번씩 조기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주신다.
"조기 떨어질 때 되었쟈?" 이 말은 이런 뜻이다. "그 귀한 조기들이 냉장고에 있는 것은 아니지?"
"매운탕 해서 먹어라 갸들은 끓여져야 맛있다"는 "아들이 매운탕을 좋아한당께",
"떨어지면 전화해라" 이 말은 "갸들이 남편과 귀한 손주 새끼 뱃속에 모두 들어가게 바삐 해라 알겄자?" 이렇게 번역된다.
빈말이라도 내 안부 한 자락도 물어봐 주시면 좋았을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생선을 요리해야 하는 며느리에게 고맙다손 못해도 안부라도 물어주면 좋으련만….
미욱하게 서운함이 가득 밀려와도 달이면 달마다 올라오는 조기들을 밥상에 올리기 위해 이내 냉동실을 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