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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국무총리.
이해찬 전국무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8월 판문점 4자정상회담', 2·13합의에 따른 당연한 절차"

- 8월에 판문점에서 4자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당위론적 차원인가, 어느 정도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가.
"절차상 그렇게 하게 돼 있다. 2·13합의조치에서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문제 해결이 전제조건이지 않았나. 이 문제가 끝나면 영변 핵시설을 봉인하는 핵 폐기 프로세스를 밟아나가고, 이어서 (2·13합의에) 5개 실무그룹이 있는데 그 중 한반도에 직접 관련된 것은 4대 당사국 회담이다. 그게 그 다음 절차다.

여기서 다룰 것이 한반도의 휴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BDA, 그 다음에 북한 핵 사찰, 그 다음에 바로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8월 판문점 4자정상회담'은) 당연한 절차이기도 곧 이뤄질 논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쪽에 가서도 미국에 가서도 얘기했고, 그 다음에 노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 그동안 제가 했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 반응은 어떠했나.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논의해서 평화체제를 어디서 선언할 것인지(도 이야기했다). (즉) 그 장소로는 판문점이 역사적 의미도 있고, 또 제일 중립지대가 가장 의미 있고 냉전체제를 해소하고 남북 간에 안보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는 점을 여러 군데 다니면서 다 말씀드렸다. 대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 3월 북한 방문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있다.
"전혀 그런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북쪽과 얘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평양에 가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평양 가기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 인사드리고 조언도 듣기 위해 방문했었는데, 정상회담을 다시 해서 안보 위협을 획기적이고 줄이고 경제협력을 늘리면 좋겠다는 것을 전해달라는 말씀은 있었다. 노 대통령도 그렇고... 그런 차원의 메시지다."

-김 전 대통령은 '8·15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은 6·15 때와는 다르다. 그 때는 처음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고 그건 7년 동안 많이 이뤄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안보·군비 통제체제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군축도 하고 지상군도 감축하고, 남북 대표부도 교환하고, 실체를 제도화하는 회담이어야 한다. 그런 건 사전에 준비 많이 하고 조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자정상회담이 되면 평화체제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 문제는 남북정상 간에 해야 하는데, 두 개가 꼭 선후를 따져야 할 문제는 아니다."

- 남북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BDA 문제 때문에 조금 늦어져서 8월중엔 힘들고 빨리 된다면 4자 평화체제와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금년 가을쯤에는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 그리되면 선거가 코앞이라, 야당은 '선거용'이라고 할 텐데.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건 선거와 관계없는 일이다. 선거는 우리 내부 절차고, 이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임기를) 한 달 남겨놓고서라도 해야 한다. 60년 분단사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므로, 민족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선거에 활용할 생각도 없고, 선거에 이용한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한나라당도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고, 제가 갔다 오니까 자기네도 가야한다고 했다. 늦었지만 생각을 바꾼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대선공약의 하나로 한강과 임진강 하구 모래 준설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강에 모래가 쌓여 배가 못 다니고 있는데, (남북한의) 공동관리수역으로 돼 있다. 그 모래를 채취해서 우리 골자재로 쓰고 그 대가로 북한에는 고속도로를 놔주고,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나.
"제가 총리하면서 정부에서 많이 준비했다. 북쪽도 희망하는 사항이고, 경협에서도 다루고 있다. 다만 거기가 보안구역으로 휴전선 경계구역이기 때문에 남북정상이 합의해서 공동평화구역으로 만들어야 그 사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안보 위협 해소 차원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열린우리당 이렇게 된 건 지도력과 관리 체계 부재 때문"

- 열린우리당이 지금 같은 상황이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150석이 넘는 의석을 국민이 확보해주셨다. 그걸 운영하기 위한 당의 지도체계라든가 의원들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라든가, 이런 걸 잘 만들어서 질서 있게 움직였어야 하는데 당 의장이 여러 번 바뀌면서 지도체계가 상당히 동요해 버리고, 다양한 의견을 지닌 의원들의 의견을 집약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못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의원들이 너무 우왕좌왕했다. 큰 조직은 전체엔 공동체의 윤리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 당정분리도 한 원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당정분리는) 열린우리당 생기기 전부터 요구돼온 것이다. 당정분리가 될수록 관리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걸 갖추지 못했다."

- 민주당 분당도 한 원인이라고 보나.
"그것도 작은 요인 중 하나다. 그때 전체가 통합해서 하나로 갔으면 이런 일이 적었을 텐데, 일부가 남았지 않나. 큰 요인으로는 내부 지도력과 관리체계 부재가 문제였다고 본다."

- 노 대통령과는 추구하는 가치와 업무 스타일 등에서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한다. 총리 시절 노 대통령과 의견이 달랐던 것은 없나.
"많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충분히 토론하면서 옳은 쪽으로 서로 동의했다. 그러나 밖으로 노출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시지 않나.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면서 방향을 바로잡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대통령께서 경제·사회 문제에서는 제 의견에 맞춰주셨다."

- 참여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일부 언론에서 경제파탄이라고 몇 년 동안 비판해왔다. 파탄 난 경제에서 주가가 1700을 넘어서고 수출이 두 자리 수(비율)로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되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나? 이런 걸 놓고 파탄시켰다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부정부패도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잘못된 재판이 바로 잡혀지지 않고 있나. 지난 10년 동안 역사, 민주주의, 경제, 인권 등을 바로 세워왔다. 한나라당은 정권도, 공안기관도, 특권도 잃어버렸으니 많이 잃어버린 것 아닌가, 국민은 많은 것을 되찾은 것이고. 그건 제가 자부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이 잃어버렸을 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일종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는데, 일정 부분 국민에게 '먹히는' 구호니까 쓰는 것 아닐까.
"제가 보기에는 거꾸로다. 한나라당 자신의 권한을 잃어버린 것이고, 그들이 그걸 잃어버림으로써 국민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같은 것을 찾은 것 아닌가. 선거 때 논란이 될 텐데 저희가 그 점은 자신 있다. 비교해 보면 안다. 한나라당 정권 때는 북한과 갈등 생기면 (물품) 사재기 현상이 생겼지만 (요즘엔) 북한 핵 실험해도 그런 것 없지 않나. 주가도 많이 뛰고."

-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규정하면 그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딱 규정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말한 4가지 즉 한반도 평화, 국가경쟁력 강화·양극화 해소, 민주주의 성숙을 하나로 묶는 것이 세계일류국가다. 실제 우리에겐 이런 능력이 충분하다. 이게 크게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 그 자체는 한나라당이 내세운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선진국으로 가야 하니까 방향이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북한에 대해서도 공격적이고, 양극화가 있음에도 오히려 시장을, 경쟁을 더 강화하자는 것 아닌가. 목표는 비슷한데 하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 혹시 '버럭해찬'이란 말을 들어보셨나. 길에서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길에서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면서 면박을 주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버럭해찬'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런 건 잘못된 일이다.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대면 그 사람이 뭐라고 하겠나. 언론도, 정치인들도 잘못된 관행이다. 사전에 이에 대한 의견이 뭐냐는 질문서를 보내든지, 예고하고 해야 한다. (지금 경우는) 잘못된 것이다. 그걸 갖고 '버럭'이라고 한다면 '버럭' 해야 한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그런 일 없었다. 20년 정치했는데 그런 것은 5년도 안 됐다. 마이크 녹음기 성능이 좋아져서 그런가?"

- 노 대통령은 후보가 되기 이전부터 조중동과 대립해왔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모든 언론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건 아니다. 그럴 일이 없다. 언론과 정치는 각각의 영역이 있다. 사실 보도하는 언론과 대립각 세울 일 없고, 왜곡보도를 하는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사실보도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오마이뉴스>도 왜곡보도하면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 언론, 극단화해서 반복보도한 뒤 스스로 믿고 그 도그마에 빠진다"

- 총리는 일도 똑 소리 나게 잘 하지만, 골프도 똑 소리 나게 잘 친다는 평가도 있다.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그것도 다 왜곡보도다. (골프 실력은) 보통 사람 수준이다. 치는 사람들은 '보기 플레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그것도 못한다. 언론은 뭐든지 극단화돼서 보도하고, (일부 언론이) 하나를 보도하면 (다른 언론들이) 그걸 반복해서 보도하면서 자기 스스로 그걸 믿고 그 도그마에 빠진다. 그건 아주 잘못된 거다.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발전하려면 정말로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성숙한 민주주의가 안 되면 일류국가로 못 간다."

- 이번 기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였던) 3.1절 골프사건에 대한 해명이나 혹시 골프예찬론을 펼 생각은 없나.
"뭐, 예찬할 것도 해명할 것도 아니다. 그때 보도는 98%, 99%가 거짓보도였기 때문에 일일이 대꾸할 이유가 없다. 사람마다 취미와 기호가 다 다른 건데 그걸 갖고 내 것이 제일 좋고 네 건 안 된다, 이러는 것은 민주적인 사회 문화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고… 바둑 좋아하는 사람한테 매일 앉아 있으니, 두지 말라고 하면 좋아하겠나. 저는 바둑도 좋아하는데…."

-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공직자들이 골프 치는 것에는 거부감이 크다.
"예전에는 접대 받아서 치는 관행이 있어서 그러는데, 지금은 대체적으로 그런 관행이 없지 않나. 저는 제가 오히려 돈 낼 때가 훨씬 많다. 골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접대 관행이 문제다. 요즘 공무원들은 접대 못 받게 하지 않나."

- 여러 일정상 범여권 후보를 뽑는 게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늦은 감은 있는데, 9월에 뽑히면 두 달 정도 본선이 있지 않나."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범여권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 도덕성의 우위가 있다고 해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가혹한 검증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너무 짧은 기간이다.
"우리 후보들은 검증에서 문제될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저는 뭐 (총리) 청문회까지 거쳤고, 정동영 전 의장도 대학 때부터 잘 아는 친구인데 검증에서 별로 나올 게 없고, 한명숙 전 총리도 청문회까지 거쳤고. 출마선언을 한 다른 분들도 대개 그렇지 않나. 손학규 후보도 검증과정에서는 별 문제 없지 않나. 이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공안기관에서 다 추적을 당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검증에서 문제 생길 사람들은 여기까지 살아오질 못했다. 이번에 자료 만들려고 보니까 70, 80년대 기록이 없을 정도다.

무슨 단초만 있으면 갖다가 잡아넣고 걸어 넣을 정도로 삼엄한 시기를 살아왔는데 약점이 있어봐라. 약점 있는 사람들은 내가 누구라고 말은 안 하지만 다 다른 일 한다. 이른바 우리는 민주화와 야당을 30년씩 한 사람들이다. 차원이 다르다."
#이해찬#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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