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책 겉그림.
ⓒ 청동거울
독보적이라고 할까, 독창성을 지닌 것은 남이 하지 않은 분야에 일찍 눈을 떠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을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아동문학>은 전체 4부로 '천의 얼굴'을 한 '아동문학'에 대한 비평서이다. 제1부는 아동문학의 연구로 네 편의 비평 글이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꼽아보면 두 번째 글, '어린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는 대체 옛날이야기라는 것이 한낱 흘러간 시간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역동성을 지닌 것이 '옛날 이야기'임을 저자가 주목한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는 '놀이의 연장'이고, '정서적 교감'이며, '어린이의 무의식과 교감'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생의 조언자'로 까지 격상시켜 놓는다.

2부에는 그동안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아동문학에 적용하는 시도이다. 만약에 1부의 내용에서 벗어나 어른이 지은 '아동문학'이 권력과 손을 잡을 때, 그것은 '아동문학이 이데올로기와 함께 놀아난' 증거가 되고 만다. 그래서 우리에게 창작동화의 시조로 알려진 '마해송과 반공주의'라는 글은 새삼 아동문학에 관심을 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3부는 천의 얼굴을 가진 동화이다. 그 '얼굴'이 변화무쌍하고 다양함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한다면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 동화작가의 역량이 아니고 동화작가 개인의 재능이 아닌 동화작가가 지니고 있는 마음에 있을 것이다. 아니 인간 모두의 '마음'이 바로 동화의 세계이므로 '천의 얼굴'을 가진 동화가 되는 것이리라. 저자는 그래서 '아동문학은 문학적 재능만으로는 부족'하고 더욱 중요한 것이 '마음바탕'(p.210)이라고 단정 짓는다.

4부에서는 어린이 책을 보는 어른들의 시각을 여러 각도에서 파헤치고 있다.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동화'를 통해 어떻게 가족을 보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어있다. 지금은 확실히 가족도 혼란의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어서 가족 구성원들조차도 서로에 대해 '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 사회가 되어 버렸다.

책은 동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글과 신화의 구조로 보는 글 등이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동화'에 대해 역사나 문화, 신화, 인생관, 그리고 무의식의 관점, 유아교육의 관점에서 저자가 가진 독창적인 시각을 선보인다.

'천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풍성한 아동문학의 세계로 들어가서 동화의 더 큰 세계를 만나고자 한다면, 우리들의 '마음바탕'에는 아마도 든든한 디딤돌이 놓여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천의 얼굴을 가진 아동문학>, 선안나 평론집/청동거울  317쪽 책값: 1만5000원.


천의 얼굴을 가진 아동문학

선안나 지음, 청동거울(2007)


태그:#천의 얼굴을 가진 아동문학, #선안나, #청동거울, #서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