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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지역의 ㅂ초등학교 정문 옆에 올해 전교어린이 회장단 학부모들이 기증한 교훈석이 세워져 있다. 교훈석 아래에는 회장단의 실명이 써있어 위화감 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해당 학교는 나무를 심어 이름을 가렸다.
ⓒ 장호영

전교어린이회장단에 선출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 이름을 새긴 수백만원짜리 교훈석을 학교에 기증한 데다, 학교는 이를 학교 정문에 버젓이 세워 교육현장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평구 ㅂ초등학교 정문 바로 왼쪽에는 '우리는 미래를 꿈꾼다'는 글귀가 새겨진 교훈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 교훈석의 아래 부분에는 ‘2007년 전교학생회 회장단 증’이라는 글귀와 함께 '회장 ○○○(6학년)', '부회장 ○○○(6학년)', '부회장 ○○○(5학년)'라는 회장단 학생들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발전기금의 형식으로 학부모가 자발적 의사에 따라 물품을 기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 조성 문제로 물품에 자녀의 학년·반이나 이름을 새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도 불구, 이 학교에는 지난해 전교어린이회장단 이름을 새겨 기증한 시계탑도 조회대 바로 위에 서 있다.

이러한 무원칙한 모습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바로 인접한 다른 2개의 학교에도 전교어린이회장단의 이름이 새겨진 교훈석이 교정 안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말썽... 교장 "학부모들의 일방적 기증"

ㅂ초교의 교훈석은 올해 전교어린이회장단의 부모들이 돈을 모아 제작해서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자식이 전교어린이회장단에 선출됐다고 해서 수백만원의 돈을 모으고 자식들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 돌덩이에 이름을 새겨 기증한 부모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들인 학교의 태도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이 학교는 지난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수차례 토론을 벌이고 '정 기증한다면 이름을 새기지 말 것'으로 결정했지만, 전교어린이회장단의 부모들이 학생들의 이름을 새긴 채로 시계탑을 기증해버려 계속 논란이 있었다.

올해 또다시 회장단의 이름이 새겨진 교훈석이 세워지자 이 학교 김아무개 학운위 부위원장은 학교와 교육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에도 학운위 회의에서 오랜 토론을 통해 굳이 기증하겠다면 이름을 삭제하고 기증하라고 결정했는데 그냥 기증해버리고, 올해는 전혀 얘기도 없이 이름을 새겨 교훈석을 기증했으니 벌써 관행이 돼버렸다"며 "내년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학교도 학부모들의 이런 기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기증받았다는 것은 묵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ㅂ초교 교장은 "지난해 문제가 있던 거라 올해 전국어린이회장단 부모들이 교훈석을 기증한다고 했을 때 이름은 절대 새기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이름을 새겨 기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제제기가 있어 현재는 교훈석에 새겨진 학생들의 이름은 나무를 심어 가렸으며 내년부터는 회장단에서 기증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훈석을 기증한 전교어린이회장의 학부모 A씨도 "학교장이 이름을 넣지 말라고 해 남편에게 얘기했는데 '업체에서 다른 학교도 다 그렇게 했다고 이야기해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해 그렇게 처리했다"며 "지난해 학운위에서 있었던 일을 잘 몰랐고 처음 학교일을 맡아 보는 것이라 미숙한 부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역내 다른 학교 상황도 마찬가지... 교육청 "지도하겠다""

북부교육청은 기증 물품에 학생의 이름을 새기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평지역의 여러 학교에서 전교어린이회장단의 이름이 새겨진 교훈석이 교정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부교육청은 ㅂ초교 김아무개 부위원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기증한 물품의 기탁자가 학부모(친·인척 포함)인 경우 명의 공개(현시)를 요구하면 명의 공개(현시)가 가능하다'는 엉뚱한 답변을 달아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청 감사팀장은 "해당 학교에서 학생의 이름을 새긴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안 해 학부모인지 학생인지 확인이 안돼서 원칙적인 답변을 달아 놓은 것 뿐"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급적 사전에 협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런 올바르지 않은 기부문화의 모습들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학교의 생각이 바뀌고 교육청이 철저하게 지도·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장은 "자녀가 전교 회장이 되려면 학부모는 수백만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말이 현재까지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사례"라며 "많은 학교들에서 자녀가 전교 회장이 되면 당연히 무언가 학교에 바쳐야 되고, 학교는 이를 거리낌 없이 그냥 받는 게 이미 관행적으로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전교회장을 뽑으며 민주주의를 배우는 과정으로 삼고 있는데 어른들이 오히려 돈이면 다 된다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학생들이 과연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겠냐"며 "학부모와 학교장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되며 교육청은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또한 철저한 지도·감독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교훈석, #어린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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