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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AAAA급 관광지 룽씽쓰 입장권
국가AAAA급 관광지 룽씽쓰 입장권 ⓒ 최종명
허베이(河北) 쩡딩(正定)의 룽씽쓰 입장료는 40위엔이다. 국가AAAA급 관광지라 그런지 조금 비싼 편이다.

입구인 티엔왕디엔(天王殿)안으로 들어서면 여느 사원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기 586년 수(隋)나라 때 롱장쓰(龙藏寺)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으며 왕조를 거치며 재건되었고 청나라 강희제 때인 1709년에 지금의 롱씽쓰로 이름이 바뀌었다. 8만2500㎥가 되는 큰 사원이다.

룽씽쓰 입구
룽씽쓰 입구 ⓒ 최종명
모니디엔(摩尼殿)에는 중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인 루쉰(鲁迅)이 '동방의 아름다운 신'이라 칭송했던 화려한 관음 좌상이 멋진 미소를 지니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는 직원에게 혼이 나면서 간신히 찍었다.

모니디엔
모니디엔 ⓒ 최종명
모니디엔을 지나 츠스거(慈氏阁)에 이르면 송나라 시대에 목조 양식의 미륵보살 상이 서 있다. 높이가 7.4m에 이르는 큰 불상이다. 원나라, 명나라를 거치면서 중건됐고 1958년에 다시 복원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상의 상태가 깨끗한 편이다.

목조 미륵보살 입상
목조 미륵보살 입상 ⓒ 최종명
따포쓰를 유명하게 만든 곳은 다섯 처마에 3층 건물인 바로 따베이거(大悲阁)다. 높이가 33m나 되는 웅장한 건물 안에는 동으로 주조한 22.28m의 천수천안관음보살상(千手千眼观音菩萨像)이 있기 때문이다.

3층 건물 따베이거
3층 건물 따베이거 ⓒ 최종명
따베이거에 들어서자 웅장한 불상의 다리가 보인다. 고개를 쳐들어 머리 부분을 바라보니 어두워서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크다. 사진을 찍지 못하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다. 유명한 유물일수록 까다롭게 구는 중국의 관광지답다.

계단을 올라가니 각 층마다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2층부터는 관리가 소홀하니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3층까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따통포(大铜佛) 또는 따베이푸사(大悲菩萨)라 하기도 하는 천수천안관음이 우뚝 서 있다.

따베이거 1층과 3층에서 바라본 천수천안관음 동상
따베이거 1층과 3층에서 바라본 천수천안관음 동상 ⓒ 최종명
송나라 시대인 서기 971년에 세워진 이 불상은 그 몸체도 훌륭하지만 모두 42개의 팔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곡선의 팔도 있고 팍 꺾인 팔도 있다. 보듬은 듯 한 팔도 있고 쭉 펼친 팔도 있다. 둥근 원을 그리는 듯 빙 두른 팔이 아름다운 리듬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각 팔의 동작도 다 다르지만 손에 든 물건들도 다 다르다.

어떻게 이 큰 불상이 건물 안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알고 보면 쉬운 답이다. 불상을 먼저 세우고 그 다음에 따베이거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전설 속의 나무 룽화이와 펑화이
전설 속의 나무 룽화이와 펑화이 ⓒ 최종명
이 따포쓰, 즉 룽씽쓰에는 재미있는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름하여 펑화이(凤槐)와 룽화이(龙槐)이다. 800여년이 된 나무라 하는데 이곳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노예가 주인집 딸과 눈이 맞아 도망을 쳤는데 이를 안 주인이 사병을 내어 쫓아왔다고 한다. 룽씽쓰로 도망 온 두 사람은 각각 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의 위는 천상에 닿아있고 나무의 뿌리는 천하를 아우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나무가 신기를 띠고 있어서인지 붉은 천으로 소원을 담아 나무 뿌리까지 두르고 있다. 이 역시 사원을 지을 때 나무 두 그루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재미있다.

건물과 어우러진 하늘과 나무가 사원의 맛갈을 더욱 시원하게 해준다. 이 큰 사원, 그리고 높디 높은 대불을 지을 때도 짙푸른 하늘을 벗 삼았을까. 날씨는 여전히 덥다.

아침에 마신 얼음 물 때문에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사원을 나올 때가 되니 다시 도진다. 빨리 스쟈장 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직 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작은 도시 쩡띵을 좀 둘러볼 셈으로 거리를 걸었다. 시간만 더 있다면 이곳 저곳을 마구 돌아다니면 좋을 만한 도시인 듯하다. 아랫배가 아프더니 점점 심해진다. 화장실을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헉~ 설사인 듯하다. 꽤 깨끗한 음식점으로 급히 들어갔다.

화장실 바로 앞에서 긴장이 풀렸던가. 팬티를 내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태가 안 좋다. 결국 화장실에 팬티까지 버리고야 말았다. 손 씻고 나오는데도 영 찜찜하다. 게다가 노팬티니 불안하기도 하고. 천수천안관음 대불 앞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더니 그 결례한 턱을 톡톡히 치르는 것인가.

오이, 허즈, 딴딴미엔
오이, 허즈, 딴딴미엔 ⓒ 최종명
음식점에 들어왔으니 빨리 점심을 먹어야겠다. 오이(黄瓜)와 국수 딴딴미엔(担担面), 그리고 달콤하고 쫄깃한 빵 하나를 먹었다. 허즈(合子)라 하는 빵인데 정말 맛있다. 여느 중국의 다른 지역의 빵과는 달리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맛 있다. 설사하고 배가 아픈데도 배가 고픈 것은 또 못 참나 보다.

삼륜차 5위엔 오케이하고 터미널로 가자고 했다. 덜컹거리며 15분이나 달렸다. 에구 천천히 가도 되는데. 오늘 영 배 상태가 좋지 않다.

쩡띵 터미널 주변
쩡띵 터미널 주변 ⓒ 최종명
다행히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막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어서 급히 올라탔다. 다시 반대 수순이다. 스쟈좡 역에 도착해 걸어서 호텔에 가서 짐 찾고 다시 기차 역으로 가서 터콰이(特快) 베이징 행 기차를 탔다. 베이징까지는 3시간.

중국에서 3시간이면 앉았다 일어나는 시간이다. 베이징 역에 도착해 택시 타고 코리아타운 왕징(望京)에 도착했다. 왕징에는 아는 분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맥주 한 잔 하고 저녁 먹고 피곤을 좀 잊고자 발 맛사지 하고 다시 개고기에 소주 한 잔 하니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우리 말을 하니 마치 고향에 온 듯하다. 친구 집에서 침대에 누울 때가 되어서야 앗! 아직! 팬티를 하나 찾아 입었다. 아~ 오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품어주고자 자비의 미소 그윽한 대불, 천수천안관음을 만났구나.
첨부파일
lijin_369937_1[1].wm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youyue/1115448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천수천안관음#허베이#송나라#42개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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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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