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 박제상. 경남 양산을 대표하는 충신이지만 그 넋을 모신 효충사가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어 '문화도시 양산'이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취재 결과, 경남도 지정기념물 90호인 효충사는 도난과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바깥 출입문은 자물쇠가 사라진 채 열려있었고, 안은 잡초가 무성했다. 사당 출입문은 녹슨 못으로 문고리를 고정시켜 누구라도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또 건물 바닥 나무자재가 파손돼 바닥이 다 드러나 있고 벽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 균열이 일어난 상태. 더구나 영전 옆에는 제기가 담겨있는 감귤박스가 몇 년째 방치되어 있어 충신을 모시는 사당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작 효충사가 있는 상북면사무소는 사당을 관리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1년에 2번 잡초정리만 하고 있다"며 "문화재는 시에서 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양산시는 효충사가 개인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손을 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파손된 부분은 문화재 보수공사를 신청하겠지만 관리는 효충마을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복원사업이 추진되면 정리가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양산시는 2003년부터 준비해 온 박제상 유적지 복원사업은 올해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나 현재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토지매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문화계 인사들은 "내년 상반기나 되어야 사업에 들어갈 것 같은데 그때까지 방치되어 있는 효충사에 화재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면서 "울산은 이미 치술령을 중심으로 박제상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유치에 열심인데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냐"고 말했다. 또 이미 창원에서 선점한 동요 '고향의 봄' 축제처럼 박제상마저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8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