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차구획선 안에 있는 자동차가 파손당했다. 신고하자 경찰이 달려왔다.
주차구획선 안에 있는 자동차가 파손당했다. 신고하자 경찰이 달려왔다. ⓒ 이민선
살아가다 보면 사소한 일 때문에 고민하며 잠 못 이루는 경우가 있다. 지나고 나니 별일도 아니었는데 공연히 화를 내고는 그것이 후회스러워 밤새 고민하는 일.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앞서 하지 말아야 좋았을 말을 해 놓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는 일 등.

이러한 때, 인간관계가 망가졌다는 초조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망가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수선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또, 친구가 던진 가벼운 말 한마디가 앙금이 되어 오래도록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서러움도 들고 가벼운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보다 훨씬 더 고민스러운 때가 있다. 누군가 내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무엇 때문인지! 왜 그런지! 전혀 알 수가 없을 경우다. 며칠 전 이런 일을 당하고 밤새 고민한 적이 있다.

"이거 아는 사람 소행인데"

지난 월요일(7월 2일)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늘 보이던 물건 중 한 가지가 사라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동차 백미러 거울이 없었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백미러 자체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데 거울만 빠져 있었다.

좌우 측에 있는 백미러는 거울만 감쪽같이 빼놓았고 보닛 앞부분에 있는 보조 백미러는 아예 비틀어서 통째로 뽑아 버렸다. 누군가 작심하고 장비를 이용해서 백미러를 부숴 버린 것이다.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차를 노리고 장비까지 동원해서 백미러를 부쉈다는 점. 백미러 유리를 빼려면 규격에 맞는 드라이버 등의 장비가 있어야 한다.

바닥에 뒹구는 백미러와 백미러 거울
바닥에 뒹구는 백미러와 백미러 거울 ⓒ 이민선
길거리 주차 구획선 안에 차를 세워 놓았다가 차가 파손당한 적은 그동안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의도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짓궂은 장난 정도로 보이는, 날카로운 물건에 의해 차 옆구리가 긁힌 정도의 파손이었다. 백미러가 부서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 역시 의도적으로 파손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상태였다. 술 취한 사람이 발이나 주먹으로 가격한 흔적이 있는 파손이었다.

의도적으로 내 차만을 노렸다는 것은 줄지어 서 있는 다른 차들을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자동차 중에 오로지 내 차만 파손당한 상태였다. 차들을 보니 어제저녁에 내 차 주변에 있던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삼아 자동차를 부수는 사람이건 술에 취해서 차를 부수는 사람이건 간에 한 대만 달랑 부수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예전에 길거리에 세워 놓았다가 파손당했을 때는 내 차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비슷한 부위가 파손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동안 혹시라도 나 때문에 상처받거나 피해를 본 사람이 있나를 생각해 보아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에 생각을 거듭 할수록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이거 아는 사람 소행인데…. 거울만 깔끔하게 뺀 것은 작심하고 했다는 겁니다. 유리도 바닥에 버리고 갔네요. 혹시 원한 품을 만한 사람 있습니까? 이거 장비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안면 있는 사람이 한 마디 던지고 나니 머리가 더 복잡해 졌다. 더군다나 그 사람은 자동차 고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단순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일단 경찰에 신고했다.

"이거 참 거울만 쏙 빼놓고 갔네요. 일단 사건 접수는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지피는 사람 있습니까? 이거 주변 사람 소행 같은 데요."

경찰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내 차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파손했다는 것이다. 괜히 신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을 부른 데에는 혹시 이 부근에서 이런 일이 있었나를 알아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나를 아는 사람이 내 차를 노리고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미 삼아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차를 부수는 사람이 운 나쁘게 내 차를 목표로 삼았을 수도 있는 일인 것. 경찰들도 이런 식으로 차를 파손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쓴 기사를 일일이 확인해 보다

백미러에서 거울만 떼어냈다.
백미러에서 거울만 떼어냈다. ⓒ 이민선
심란했던 하루가 지나고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왔다. 혹시 그동안 썼던 기사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모든 기사를 한번 씩 점검했다. 없었다. 개인에게 원한 살 만한 기사를 썼던 적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지인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일일이 찾아보며 혹시라도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나를 확인해 보았다. 역시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밤을 거의 꼴딱 새우고 나서야 포기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혹시 만에 하나 내 주변 사람이 그랬더라도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본의가 아니더라도 분명히 원인 제공은 내가 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을 터. 만약 그랬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지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밤이 깊을수록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쏟아져 내리던 온갖 상념도 시나브로 줄어들었다. 잠이 들어도 될 정도로 머리가 정리됐을 때 눈을 감았다. 잠이 들면서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내 차를 망가뜨린 사람은 분명 나를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백미러#파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