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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 범국민본부는 4일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오종렬·정광훈 대표의 석방과 노무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본부는 4일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오종렬·정광훈 대표의 석방과 노무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경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4일 오전 11시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오종렬·정광훈 범국본 공동대표의 석방을 촉구하고 두 대표를 전격구속시킨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부는 지난 3일 오종렬, 정광훈 대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두 사람을 전격 구속했다. 사전구속사유는 "올해 3,4월 총 6차례에 걸쳐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집시법 위반 혐의"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사람들은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일찌감치 모였다. 청운동사무소 우측 길 저편에는 지난 달 29일 한미 FTA무효 범국민 총궐기 당시 참가자들이 가고자 했던 청와대가 멀찍이 보였다.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모두 법원의 전격 구속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없는데 왜 구속하나"

한상렬 목사가 오종렬, 정광훈 대표 전격 구속을 결정한 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한상렬 목사가 오종렬, 정광훈 대표 전격 구속을 결정한 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 이경태
한상렬 목사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도 없는 칠순의 두 대표가 구속될 이유가 뭔가. 사실 국민들의 의사도 무시한 채 집회를 원천봉쇄한 정부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두 대표를 구속한 정부의 처사를 보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한미FTA 저지 투쟁이 1년이 넘게 진행됐는데 이제서야 구속을 한다는 것은 순수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구속 사유에 하반기 정기국회 때 있을 비준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이 '상식적인 법적 구속 사유'가 되느냐."

윤금순 전국여성연대(준) 회장은 "두 분을 구속하면서 한미FTA 저지 투쟁의 예봉을 꺾으려고 생각했다면 오판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한미FTA 저지 투쟁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말했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집행위원장은 "허세욱 열사의 피맺힌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임기를 마치자 마자 한미FTA 때문에 청문회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두 분을 구속한 것은 한미FTA를 비준하기 위한 '예비 검속'"이라며 "당장 대표들을 석방하고 한미FTA 협상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시 전국의 노동자들이 일어나 전력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범국본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오종렬, 정광훈 두 대표를 면회하기 위해 종로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은 인도를 막고 범국본이 경찰서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10여분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면회가 허용된 인원은 10여명의 일부 대표들뿐이었다.

오종렬, 정광훈 대표를 면회하려는 범국본 사람들과 경찰서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종렬, 정광훈 대표를 면회하려는 범국본 사람들과 경찰서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 이경태

"우리를 묶어놓은 것보니 자신이 없는 모양"

종로경찰서 수사과 면회실. 두개의 방으로 나눠진 그곳에서 마주한 이들은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 분리창에 손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었다. 수감자 방에 선 오 대표와 정 대표는 면회 온 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두 대표를 찾는 이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면회를 왔다.

면회실을 찾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법원의 심사결과를 개탄했다. 정 대표는 "정말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우리를 묶어놓은 것을 보니 (정부가) 자신이 없다는 뜻 아니겠냐"며 웃음을 지었다. 오 대표는 "여기 모이신 많은 분들이 우리들을 걱정해주셔서 고맙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조사 받는 데 집회가 끝나고 왜 청와대로 갔냐고 경찰이 물읍디다. 나는 이것이 우리 선조들이 후대들에게 물려준 것이라고 했어요. 왜냐. 수백년 전에도 광화문에 거적을 깔아놓고 식음을 전폐하고 앉아 최고권력자한테 직소를 하곤 했지 않습니까. 그처럼 우리가 광화문으로 달려간 것은 누구의 계획이 아니라, 민초들이 직소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다. 이거요."

한편, 범국본은 저녁 7시30분부터 '오종렬·정광훈 대표 구속 규탄! 한미FTA 저지 운동 탄압 중단! 한미FTA 체결 무효!' 촛불문화제를 종로경찰서 앞에서 연다. 또 구속된 두 대표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5일부터 '구속적부심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FTA#범국본#오종렬#정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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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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