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이다. 바쁘던 1학기가 지나고 어느새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이때쯤 교실의 풍경은 나른함과 무기력함으로 가득하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밤새 컴퓨터에 집중하다가 학교에서는 점심도 거르고 잠에 빠져드는 아이들,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 등.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난 철수(가명)가 자면 못 깨우겠어! 수업을 하라고, 또는 시험범위에 대한 중요한 설명이 있으니 들으라고 깨우면 거친 몸짓과 목소리로 항의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 철수와 실랭이를 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게 되고…. 그리고 솔직히 철수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고 수업을 하기도 해."

힘겨운 날씨만큼이나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때쯤 교실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한계상황이다.

"지난해 말 충남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수업시간인데도 한 학생은 엎드려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H교사는 이름을 불러도, 야단을 쳐도 반응이 없자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등을 한 대 쳤다. 그 학생은 '학교 때려치면 될 것 아니냐'며 의자를 들어 칠판 쪽으로 향하던 H교사 등 뒤로 의자를 던졌다. 여교사인 H씨는 의자에 맞아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해럴드 경제신문 2007. 6. 1)

이런 뉴스는 교사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심리학자들은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에 후천적인 환경(사회문화적) 요인이 합쳐져서 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요소 중 어느 부분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는 연구결과를 접하는 연구자 개인에 따라 다르다.

어떤 연구들에서는 비행과 불륜을 저지르는 유전인자 등을 거론하며 선천적인 요소가 삶을 지배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게 교사들에게 유용한 변명(더군다나 학술적으로 근사하게 정리된 것이 아닌가!)이 될 때가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안 될 때에는 "정말 유전인자의 문제인가 보다"라며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교사들의 푸념이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이전 교육 방식이나 환경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부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하는 교실 바닥에 서슴없이 가래침을 뱉거나, 먹고 난 과자 껍질을 교실이든 복도든 길거리든 간에 하등의 망설임 없이 마구잡이로 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함부로 하는 경우도 있고, 도저히 교육을 받는 학생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예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이런 경우를 접하면 혼란스러워진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공동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싶지만, 이를 통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 학생들을 보게 되면 그 정도 혼란은 기본이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교육이 무엇을 담당해야 하는가!

질문에 질문을 더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긴 어려워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교사의 몫이 아닐까'라는.

교사를 그만두면 모르되, 그런 걸 못 보아내는 사람들이 결국 교사라는 것이며, 교육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살면서 아무리 요령을 피우고 대충대충 현실과 타협하고 넘어가도 '아직 배우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다'라는 게 교사들이 겪는 혼란스러움의 마침표가 되곤 한다.

사실 그렇다. 학업이나 올바른 가치판단을 위한 도덕성 기르기, 인격형성을 위한 일들은 굳은 의지와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지와 부단한 노력을 전문적으로 떠맡는 것이 바로 교육이며, 교사다.

학교는 가만히 두어도 너무나 잘 따라하는 그런 분야 말고 무심코 두면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해 버릴 그런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올바른 의미를 가르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려운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여잡고 함께 가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몫이다.

무더운 더위와 갖가지 스트레스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뒷모습에서 교사가 서 있을 자리를 본다. 그곳에 또한 우리 사회 교육이 나가야 할 나침반이 놓여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쓴 김영미 선생님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중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교사#교육현장#학생#교육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