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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4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5일과 6일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사설을 실었다. 각 언론사의 평소 논조에 따라 평가가 다른데 보수 언론들 사이에도 약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비전' 작성을 주도한 정형근 의원이 '대선용'이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고 있으나 보혁을 가리지 않고 언론들의 의심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한나라당 대북 정책 변화를 비판한다기 보다는 '비꼬기' 수준에 가까웠다. 6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의 제목은 '좌파 보수로 성형 수술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2월부터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한반도 평화비전'을 '성형 수술'에 비유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얼굴을 뜯어고쳤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선>은 사설에서 "외톨이가 될지 모른다는 '왕따 공포'에다 북한의 협박에 주눅 든 북풍 공포'가 겹쳐져 정당의 기본 노선을 뒤집어 버린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협박에 두 손 모두 번쩍 든 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조선>은 "한나라당이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정상회담 쇼'에 국민 여론이 뒤집어졌을 때를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좌파 보수식' 성형 수술을 얼마나 예쁘게 보아 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비꼬았다.

<동아일보>는 6일 '한나라당 대북 비빔밥 정책 북 변화시킬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동아>는 "6자회담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고 북-미관계도 급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라면 마땅히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옳다, 햇볕정책을 '대북 퍼 주기'로 간주해 온 경직된 자세로는 향후 예상되는 분단 해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도 있고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묵인해주는 면도 보인다.

그러나 <동아>는 이어 "큰 틀에서 상호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채찍과 당근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새 정책은 채찍은 뒤로 돌리고 당근만 앞세우는 것처럼 보인다"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듣기 좋은 정책들만 모아 놓아 '비빔밥 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조중동 가운데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한나라당 새 대북 정책, 안보가 우선이다'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앙>은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상호주의 원칙을 사실상 포기한 점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며 "집권을 목표로 한 정당이 득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앙>은 "당연히 대북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 폐기여야 하는데 대북 송전·서울~평양 경제대표부 설치 등 각종 대북 지원 방안과 핵 폐기의 선후 관계가 분명치 않다"며 "전향적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바꾼 것은 환영하지만 '안보 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정책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충고했는데 원론적 입장에서 '도덕적 설교'를 한 느낌이었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비꼰 7월 6일자 <조선> 사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비꼰 7월 6일자 <조선> 사설

한나라당에 진정성 있다면 억울하고 분통터질 일

<문화일보>는 언론사 사설 가운데 가장 직설적이고 강경했다. <문화>는 5일자에 '햇볕정책 복제한 한나라당 새 대북 정책'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철학도 원칙도 없이 북한과 국내 친북·좌파세력의 공세에 밀려 '평화·비전' 미명을 앞세운다면 그것은 자기부정의 길"이라면서 "한나라당이 바꾸려는 것은 대북정책 차원을 넘어 정체성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세계일보>는 6일 사설에서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상호주의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 폐기와 남북관계 진전을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어떤 경우에도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해둘 필요가 있다"며 "핵이 완전히 제거되고, 한반도에 진정으로 평화 무드가 조성될 때라야 다양한 대북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북측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비전' 작성을 주도한 정형근 의원은 4일 "이걸 두고 대선용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대선에 즈음해 임시변통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6개월간 많은 토론과 (법률적) 검토를 통해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 등 범 여권은 '대선을 앞둔 선거용 쇼'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보수 언론들도 이런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보수성향으로 분류되지 않는 언론들도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진정성'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조선>은 6일 A4면에 실은 '8월 남북정상회담사전에 물타기, 대선표 의식한 닮은꼴 햇볕정책'이라는 기사에서 '한반도 평화비전-적극적인 대북개방·소통 정책'을 '8·15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특급 북풍에 대비한 2개월 만기 보험상품'이라고 규정했다.

정형근 의원의 설명에 의하면 '한반도 평화비전'은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대북관계 상임위 의원·당직자·외부 대북전문가와 수십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했다. 가뜩이나 박근혜-이명박 검증 공방으로 난리가 난 당내에서 이 정책 때문에 또 다른 격론이 벌어지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6개월 고생한데다 '설상가상'을 감수하고 내놓은 작품이 겨우 만기 2개월짜리 보험 상품에 비유된 것은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일 것이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새 대북정책은 정형근 의원의 작품이다. 정 의원은 우파 정당 내 스펙트럼 중에서도 맨 오른 쪽에 좌표가 찍힌다. 그런 정 의원이 본인 입으로 한나라당의 새 정책이 "방향성에선 현 정부정책(햇볕정책)과 비슷해진 면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겹치기로 벌어진 이유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8월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준비되고 있다는 정의원의 '확신'때문이다. 남북관계가 혁명적으로 변할 것 같은 환상을 일으킨 뒤 한나라당의 '수구꼴통' 이미지를 부각시켜 대선 판세를 뒤집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나라당 대북정책을 '닮은꼴' 햇볕정책’으로 만들어 놓아야 정상회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유연한 상호주의는 대선 연례행사"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기사는 "한나라당은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유연한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며 "자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여당 옷으로 갈아 입고 유권자 눈속임용 대선 패션쇼를 하겠다는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유연한 상호주의'는 대선 때마다 해왔던 '연례행사'니 이번에도 결국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아>는 사설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지지층이라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선을 의식해 잠시 옷을 바꿔 입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전면 수정에 대해 "반 통일 세력의 이미지를 털어냄으로써 북풍을 사전에 차단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북 포퓰리즘'이란 지적,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는 무원칙한 노선 변경이란 비판도 있다"며 "대선용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우리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일회성이 아니길 바란다"며 "범여권 주자들이 한나라당을 전쟁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에 대항하고, 진보 성향의 유권자를 의식한 대선용 정책제안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변화를 가장 환영한 <한겨레신문>도 사설에서 "한나라당은 이제 새 걸음을 내디딘 만큼 냉전적 사고에 젖은 강경보수 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며 "새 정책을 좀더 미래지향적이고 일관성 있게 다듬어 당론으로 확정함으로써 단순한 선거용이 아님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정형근#한반도 평화비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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