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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좌)이 지난 1월 9일 도쿄 시내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이날 방위성으로 격상됐으며 방위청장관이던 규마 후미오는 초대 방위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원폭투하 당연시 발언' 후 3일만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임했다.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좌)이 지난 1월 9일 도쿄 시내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이날 방위성으로 격상됐으며 방위청장관이던 규마 후미오는 초대 방위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원폭투하 당연시 발언' 후 3일만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임했다. ⓒ 연합뉴스

일본이 전후, 독일처럼 동서로 갈라지지 않은 것은 소련의 침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에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본이 상당히 끈질기다. 소련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소련과 베를린을 나눈 것처럼 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해서 일본이 질 것을 알면서도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 나가사키에 떨어뜨리면 일본도 항복하겠지, 그러면 소련의 참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전쟁이 8월15일에 끝났기 때문에 홋카이도는 점령당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홋카이도까지 소련에 빼앗길뻔했다. 그 당시 일본은 빼앗겼더라도 아무런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 점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는 정말로 무수한 사람들이 비참한 상황에 처했지만,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구나, 라고 머리 속을 정리함으로써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을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이기는 전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원자폭탄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 국제정세나 전후의 점령상태 등으로 보면 그런 것도 선택지로서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점도 우리는 충분히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규마 후미오 전 일본 방위상을 사임으로 몰고 간 문제의 지난달 30일 강연 내용이다. 이른바 '원폭투하 당연시 발언' '어쩔 수 없었다 발언' 등으로 알려진 그의 논리는 이렇게 전개되고 있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미국의 원폭투하를 '옹호'했다기 보다는,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일본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이 강연을 관통하는 취지임을 알 수 있다.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나가사키 평화공원(왼쪽). 오른쪽 사진은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1945년 당시 투하된 핵폭탄을 모형을 촬영한 것이다.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나가사키 평화공원(왼쪽). 오른쪽 사진은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1945년 당시 투하된 핵폭탄을 모형을 촬영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전쟁을 일찍 끝낸 덕에 일본의 분단 막을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발언의 어디가 잘못됐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한국사람으로서 나 혼자뿐일까?

미국이 전쟁을 일찍 끝낸 덕에 소련의 참전이 없었고, 그 결과 독일과 같은 분단을 막았다는 그의 인식은 대신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인들이 꼭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지당한 '역사인식'이기도 하다.

물론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서 수십만명의 피해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일본에서 원폭투하 자체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이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질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분명히 '실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에 "이기는 전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폭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해 전체적으로 논리의 균형을 잡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것이 장관 자리를 내놓아야 할 만큼 그렇게 중대한 '실언'일까? 하지만 그건 나의 생각일 뿐, 일본 여론은 문제발언 후 단 3일만에 방위상이 사임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다.

진보언론이 여론몰이 주도, 보수도 '퇴진은 당연'

규마 방위상에 대해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몰이는 한일간 역사갈등에서 일본 내 양심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온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주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과거의 핵 사용을 '어쩔 수 없었다'고 용인하는 것은 필요하다면 핵을 사용해도 좋다는 것이 된다"며 "이는 전후 일본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핵 폐기' 입장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망각"이며 "미국의 원폭 정당화에 대한 추수"라고 맹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2일자 사설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때 피폭자들이 어떤 마음일지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정치가는 실격이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그의 발언은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논리 그대로"라며 "그런 것까지 미국을 따라하느냐 라는 국제사회의 냉소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요미우리>와 <산케이>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의 논조는 조금 달랐다. <산케이>는 "일본은 안전보장을 미국의 핵 억지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므로 핵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규마 방위상의 발언은 '경솔'했으며, 퇴진이 당연하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에 걸려 있는 종이학으로 만든 '평화' 조형물. 학생들이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에 걸려 있는 종이학으로 만든 '평화' 조형물. 학생들이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철저한 반핵ㆍ평화 정신과 '피해의식'

이번 사건은 핵에 대한 일본의 '국민정서'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거듭 확인시켜준다.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는 29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그 정도 발언에 각료의 목이 날아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진보진영의 이런 철저한 반핵ㆍ평화의 정신은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그런 '피해의식'은 일본이 지난 전쟁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때로는 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걱정스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사설에서 일본이 피폭국임을 내세우는 것이 전쟁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들이 시작한 전쟁이라는 가해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무방비 상태의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살육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균형감각이 일본사회의 보편적인 것이라면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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