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명박!" "원희룡!"
고요히 주말을 보내던 인왕산 자락 사직공원이 금새 떠들썩해졌다. 각 후보들을 나타내는 여러 색의 홍보물과 지역별로 혹은 지지하는 대선 후보별로 모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여름더위에 땀을 흘리던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자 더위가 싹 가신 듯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대선 3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실패할 수도 없다'란 분위기마저 보였다.
오늘 오전, 서울 인왕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 나라사랑 등반 단합대회'에서는 박근혜·홍준표·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서울시당 주요 인사들이 모여 등반대회에 참석한 당원들을 격려하고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대선후보와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김충용 종로구청장, 정동일 중구청장 등 한나라당 소속 기초자체장들과 시의회 의원들이 모여 당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회에 참석한 다른 4명의 후보와 달리 경남지역 당 행사에 참석하여 후보 사이의 묘한 대조를 이뤘다.
대선의 고지가 바로 눈 앞에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처음 인삿말을 전한 박진 의원은 "나라가 어렵울 때 이를 극볼할 수 있는 정당,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끌어올려 남북통일을 이룰 정당,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라며 8월 대선후보 선출에 이어 12월에는 이 대선후보를 청와대로 보내자며 결의를 보였다.
원희룡 의원은 지금까지 벌여온 당내 싸움으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음을 의식한 듯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면서도 이 싸움이 상대 후보를 상처내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위한 긍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박근혜 의원이 지지자들의 함성을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그는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을 언급하며 이제 고지가 눈 앞에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정상을 두고 방심하면 사고가 난다"라고 말하면서, 대권을 교체하는데 더욱 더 당원들이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하며 대선 준비를 위한 당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홍준표 의원은 인삿말에 앞서 "(일정이 바쁜) 박근혜 의원께서는 이제 가시라"고 농담을 건넸다. 홍 의원 또한 97년과 2002년의 사례를 들며 이번에는 꼭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의 대권 도전은 개인 후보 중심으로 나갔다가 그 후보에게 문제가 생겨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분석하며 이제는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라 역설했다.
홍 의원은 "지금 당장 박근혜 의원을 대선 후보로 뽑아놓고 12월 대통령선거까지 마음을 졸일 것이냐"라며 당원들이 미래가치를 위한 '전략적 판단'을 해 줄 것을 호소했는데 이를 두고 박근혜 후보 지지자 쪽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앞선 대선 후보들과 달리 고진화 의원이 소개될 때는 당원들 사이에서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은 그는 오늘 등산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야 한다면서 각 대선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도록 유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고 의원은 "당 전체가 노력하여 대선에누가 나가더라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당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젊은 세대임을 나타내며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각 대선 후보들은 연설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해 각자 흩어졌고 각 지역구의 국회의원들과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등산길에 올랐다. 과연 인왕산 정상에 올라 청와대를 내려보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오늘 대회가 열렸던 사직공원 안에는 사직단이 모셔져 있다. 이곳은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땅과 곡식은 정치와 경제로 귀결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자에게 대권이 돌아가리니. 여야를 막론한 대선후보들은 이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