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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완공 예정인 동원글로벌리더쉽센터가 한참 공사중이다. 신축 건물이 들어설 자리는 '여학생회관'이 있던 자리다
ⓒ 최재인
지난해 10월 16일부터 공사에 들어간 고려대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가 올해 8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는 것과 신축건물에 대한 공간 배치가 학교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준공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결국 학교의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고려대에는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처럼 기부기업의 이름을 건물 명칭에 부여한 건축물이 유난히 많다. LG-POSCO관, 삼성 백주년 기념관, 하나 스퀘어, CJ 식품관, CJ하우스 등.

하지만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가 들어설 때의 상황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새 건물이 지어질 자리에 위치해 있던 50년 가까이 된 '여학생회관' 철거에 학생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학생-학생간, 학생-학교간 견해차가 하나로 모아지지 못했다.

"독립적인 공간 보장돼야" vs. "학생들 편의 위한 건데 왜 반대해"

당시 신축건물의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여관지사(여학생회관을 지키는 사람들)'라는 단체를 만들어 반대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여관지사' 오민혜(25·독어독문학과4)씨는 "1958년에 지어진 여학생회관은 대학 사회에서 성차별을 겪고 있던 여학생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로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소수인 여학생들에게 전용공간을 제공하는 일차적인 해결책이면서 독립적인 공간 보장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관지사'는 "여학생회관 철거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던 1400명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측이 무시했고 공간배치 과정에서도 학생들이 배제되었다"며 과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리더십 센터'라는 명칭은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재양성을 길러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반대할 수밖에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신축건물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고려대 이성훈(인문학부 06) 학생은 "학생들의 의견수렴이나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여학생회관은 오래된 건물이다, 이제는 단순히 여학우들만을 담당하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전면 백지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는 단체들은 현실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여관지사'의 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학교, "학생들 반대 상상도 못해"

▲ 공사현장을 둘러싼 시설물에 여학생회관 철거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적혀있다
ⓒ 최재인
'여학생회관 철거'와 '새로운 건물 건축 과정에서의 학생 의견 수렴 부족'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해 성영신 전 학생처장은 "학생들과 이야기하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생기는 건물에는 기존의 여학생회관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향상되므로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원글로벌리더십센터'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동원 측은 세계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데 기부금을 써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러한 취지에 걸맞은 건물을 지으면서 기존의 여학생회관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두 달 전 본교 KU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획을 얘기한 바 있다"며 "왜 그 당시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역사적 의미 있는 건물 철거되는 건 여전히 유감"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대신 배치가 확정되지 않았던 공간을 여학생 휴게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일부 수용되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은 글로벌리더와 여성지도자 양성을 위한 공간으로, 대형 리셉션 홀과 여학생전용 라운지, 사료실, 여성정보실, 파우더룸, 여성글로벌리더십센터 등이 들어선다. 여학생회관에 있던 성폭력상담소는 '양성평등센터'로 이름을 바꿔 열람실과 서점 등이 있는 중앙광장으로 옮겨가 운영중이다.

'여관지사'는 여학생회관 철거가 확정되면서 해체되었다. 단체에서 활동하던 김재숙(역사교육과3) 학생은 "여학생회관이 하던 기능이 리더십센터으로 옮겨간다고 해도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던 건물이 철거된 것은 여전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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