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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서울 근교의 야산에 피어 있는 들꽃을 만나러 나간 길에 하얀 눈처럼 숲의 가장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식물의 꽃을 만났습니다. 그 이름은 '서양등골나물',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78년경부터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식물체에는 'trematol'이라는 성분이 있어 이 식물을 먹은 소의 유제품을 가공하지 않고 먹을 경우 구토와 변비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 원산지에서도 유해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요즘이야 모든 유제품들이 가공처리되어 판매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30년 가까이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으니 정서적으로 우리 꽃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달맞이꽃,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등도 귀화식물이고 우리네 정서 속에 자리하고 있는 꽃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귀화식물들은 누가 심지 않으면 스스로 자기의 세력을 넓히지 못하거나, 스스로 퍼진다고 해도 다른 식물들을 위협하면서까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우리 토종 식물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습니다만 서양등골나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귀화식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햇볕이 잘 드는 나대지나 길가에 핀다는 것입니다. 여름철 휴가가는 길에 유난히 달맞이꽃이 많이 눈에 띄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즉 고유의 자연식생지역에는 귀화식물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더군다나 사람의 손길이 잘 안 가는 숲에서는 맥을 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서양등골나물의 경우는 이런 귀화식물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길가나 햇볕이 잘 드는 곳뿐 아니라 응달진 곳, 숲까지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는 데다가 넓은 이파리와 수없이 많은 꽃을 통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7월 7일 송파구의 한 공터의 서양등골나물 군락지에는 다른 식물들이 함께 공존하지 못했고, 유해식물로 지목된 환삼덩굴과 세력다툼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영역이 점차로 길가나 나대지에서 숲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공원 근처와 송파구 내 근린공원들, 송파구와 인접한 하남시와 남한산성은 지난해와 얼핏 비교해 보아도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꽃을 피우기 전에 뽑아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일 것 같은데, 그들을 뽑다 보니 지난해 피었다 남은 구근에서 자란 것들과 씨앗이 떨어져 자란 것들이 온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태로 몇 년 방치하면 서울 근교의 산에서 가장 위세를 떨치는 귀화식물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 서양등골나물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켜가며 우리 고유의 자연 식생을 파괴하는 서양등골나물을 보면서 제국주의로부터 고난의 세월을 강요당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제국주의의 횡포를 생각하며 우리의 숲도 식민지화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땅에 퍼진 지 30여 년, 그동안은 잘 보이지 않다가 몇 해 전부터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전에야 그 존재가 우리 숲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었고, 그들이 끼친 유해적인 내용도 미미했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등골나물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끼리 경쟁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들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영역만을 확장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을 때, 아직 우리 고유의 자연 식생이 그들에 의해서 뿌리뽑혀지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