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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소년체전 태권도 챔피언 유석근씨는 현재 고향 화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 박미경
가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들이 지금은 무엇을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72년, 제1회 소년체전에서 태권도 우승을 차지했던 유석근 소년. 그는 지금 고향 전남 화순에서 후학양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태권도는 무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가 워낙 보편화돼 자칫 홀대하기 쉽지만 외국에서는 태권도를 정통 무도로 예우합니다. 저는 관원들을 정통 무도인으로 키웁니다."

한때 화순이 태권도로 전국의 유명세를 타던 때가 있었다. 부영3차 상가에서 12년째 올림픽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석근(50) 관장이 한창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대회에 출전하면 기권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 그의 태권도실력은 독보적이었다.

유석근 관장은 선수생활을 그만둔 후 광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랐고 태권도를 배웠던 고향 화순에서 그가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이뤄냈던 태권도 최강 화순의 신화를 다시 일으키고 싶어 1995년 화순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올림픽 태권도장의 문을 연 지 벌써 13년, 올해는 그가 태권도에 발을 디딘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정남 화순태권도협회장과 임호경 전 화순군수가 스승

유석근 관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몸이 약한 그를 걱정하던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태권도에 입문했다. 당시 화순에 처음 태권도를 보급했던 이정남 화순군체육회 태권도협회장과 임호경 전 화순군수는 그의 스승이자 그가 가장 존경하는 태권도계의 대선배들이다.

그런 탓인지 그의 품새 하나하나에는 힘이 넘친다. 절도가 있다. 이정남 회장이 관장으로 있던 '화순체육관'에서 그는 임호경 사범으로부터 태권도의 기본과 무도인의 자세와 자질 등 태권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태권도 하면 '유석근', 유석근과 겨루려면 기권하는 게 낫다?

▲ 58회 전국체전 우승 당시의 유석근 선수의 모습.
ⓒ 박미경
중2 때 처녀 출전한 제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유석근 관장은 다음해 열린 2회 대회에서의 연이은 우승을 통해 전국에 '유석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뿐만 아니다. 고교 2학년 때 출전한 제56회 전국체전에서의 우승에 이어 57회 대회에서도 연거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당시 결승전에서 국가대표출신 정찬 선수를 만나 3회전에서만 그의 주특기인 '옆차기'의 위력을 발휘, 4∼5차례의 다운을 뺏은 후 금메달을 차지해 태권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힘차게 뻗어 나와 상대의 안면을 강타하는 그의 '옆차기'는 보는 사람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교하고 위력이 넘쳤다. 이후 특기장학생으로 조선대 체육대에 진학해 58회 전국체전에 출전, 페더급우승을 거머쥐면서 전국대회 5연패를 이뤄냈다.

방황, 그리고 전국대회 6연패의 신화창조

하지만 5연패 이후 삶에 대한 회의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찾아오면서 1년여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학교도 휴학하고 운동도 그만뒀다. 그러나 그의 재능과 실력을 아낀 주위 선배들과 태권도 임원 등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힘든 시기를 넘기고 다시 도복을 입었다.

1년여의 방황 후에 출전한 60회 전국체전에서 그는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최윤기 선수를 맞아 특유의 발차기로 최선수를 다운시키면서 승리를 따냈다. 세계최고의 선수를 꺽은 이상 우승은 이미 그의 차지였다. 60회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서 그는 우리나라 태권도사에서 전대미답의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전국대회 6연패의 신화를 이뤘다.

배출한 유단자만 수천명, 화순에서 태권도의 부활을 꿈꾼다

유석근 관장은 올해로 태권도를 시작한 지 40년째를 맞았다. 공인 7단의 실력을 가진 유 관장의 실력을 반영하듯 그가 배출한 유단자만도 3천여 명에 달한다. 두 번에 걸쳐 전국 최우수 체육관상을 받은 올림픽 태권도장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실력 있는 태권도장으로 통한다.

아마도 공인 7단에 체육교사자격은 물론 경기지도자자격과 태권도 심판 1급 자격을 가지고 있는 유 관장의 체계적인 지도 덕분이리라. 유 관장은 관원들을 가르침에 있어 단순히 기술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성과 예절, 전통을 무엇보다 중히 여긴다. 여기에는 태권도를 단순한 취미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진정한 무도로 여기고 정통 무도인을 배출하고 싶은 그의 욕심이 담겨있다.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 태권도를 그만큼 귀히 여기고 아끼기 때문이다.

▲ 고향인 전남 화순에서 후학양성에 여념이 없는 제1회 소년체전 챔피언 유석근.
ⓒ 박미경
태권도는 정통 무도, 취미가 아니다

그는 태권도를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용기와 배짱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태권도의 품새 하나하나에도 깊은 뜻이 있다고 말하는 유 관장. 그는 한가지 동작을 가르치면서도 철저하게 이론을 병행한다. 태권도는 정통 무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서 화순출신 김태근 선수가 18세의 나이로 태권도 금메달을 획득, 화순 태권도계에 감격을 안겨줬다. 화순은 물론 전남출신 남자선수가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유석근 관장 이래 27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이를 바라보는 유석근 관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석근 관장은 그가 가르친 모든 제자들이 그와 같이 태권도를 귀히 여기고 사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성장해서 화순을, 나아가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진정한 태권도인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이제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가진 소탈하면서도 큰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유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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