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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 구이 덜 먹기 운동이 한미FTA 반대 운동이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 6월 29일 경기도는 "축산농가에게 안정적인 소비처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질 좋은 경기도산 우수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1등급 최우수 축산물 학교급식방안'을 마련하여 2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돼지고기 1426톤, 쇠고기 491톤. 모두 합해서 1917톤을 공급한다고 하니까 참여를 희망한 834개 학교 학생(91만8000여명) 각각에게 2킬로그램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서민들은 먹기 힘든 1등급 고기가 20여회, 그러니까 한 주에 한번은 반찬으로 나오는 셈입니다.

학교급식에서는 번거로워서 구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고기는 등심이나 안심, 갈비, 삼겹살과 같은 구이용 부위가 아니라 대량 급식에 적합한 불고기나 국거리용 부위입니다.

이번 결정은 구이용 이외의 부위를 처분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뭐라 할 수는 없겠죠. 이번 결정은 한미 FTA로 어려운 축산 농가와 학생 모두에게 참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조처가 왜 나왔는지 속내를 알고 나면 조금 씁쓸합니다.

어른들은 구이를 먹기 위해 고기를 수입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나머지 부위를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드리지요.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홈페이지(http://www.kmta.or.kr/)에 가면 매월 고기 수입량 집계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축산물 수입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집계한 것이니 국내로 수입되는 축산물의 총량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근 일년간의 축산물 수입량 데이터를 모아서 통계를 만들어봤는데, 그 결과는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수입 쇠고기의 44%와 수입 돼지고기의 83.6%가 구이용인 것입니다. 소 한 마리당 구이용 부위(갈비+등심+목심+안심)의 비율이 28.83%, 돼지(삼겹살+목심+갈비)가 22.99%임을 감안하면 구이용 부위의 수입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입량에서 구이용 부위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다른 부위도 수입하는 것을 볼 때 전체적으로 고기의 자급율이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소 앞다리(17.8%)와 돼지 앞다리(11.5%)의 대부분이 각각 소불고기 제품과 햄을 만드는 식품회사로 넘겨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수입육의 대부분은 음식점에서 구이로 소비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입니다(삼겹살의 경우 베이컨으로 가공되지만 시중 음식점의 소비량에 비하면 미미한 양입니다).

구이용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것은 돼지고기 삼겹살입니다. 양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돼지고기는 21만555톤으로, 이 가운데 삼겹살이 9만2638톤입니다. 제가 작성한 통계는 기준 시점이 겨우 5개월 후인데 11만7069톤으로 무려 26.4%나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국내 삼겹살 생산량이 14만3028톤임을 감안할 때, 시중에 유통되는 삼겹살의 39.3%를 수입산으로 추산했지만, 이제는 그 수치도 45% 이상으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삼겹살을 드실 때 두 번 중에 한번은 수입 삼겹살을 드시는 셈입니다.

통계를 보면 현재는 수입육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수입육의 비중이 높아질 것은 뻔한 것이지요. 한미 FTA 반대 집회가 끝난 후 소주 자리에서 먹는 삼겹살이 미국산이라면? 이대로 가다가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질 것 같습니다.

오늘 당장 고기를 끊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단지 삼겹살이나 갈비 먹으러 열 번 가던 것을 세 번만 불고기 집으로 바꾸자, 그러면 국산 축산물의 유통이 원활해지고 축산물 수입이 줄어든다 이거죠.

'구이 덜먹기 운동'이 한미FTA 반대 운동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할까요? 여러분의 오늘 저녁 식탁에는 삼겹살 대신 불고기가 오르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건배!

#육류#수입#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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