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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여의도 한 증권사의 객장(자료사진).
사진은 여의도 한 증권사의 객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처음엔 그렇게 생긴 원고료가 공돈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식구들에게 밥도 사고 남편과 영화도 보러 가고 온통 자랑하기에 바빴답니다.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내가 쓴 기사에 대한 소중한 가치인데 이렇게 써버리고 나면 허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2004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푼돈으로 써버리지 말고 뭔가 의미 있는 돈으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답니다. 그때 만든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 펀드' 즉, '오마이펀드'입니다.

물론 시중금융기관에서 '오마이펀드'를 팔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고 받은 원고료만 적립해서 만든 펀드라는 뜻에서 제가 마음대로 지어 붙인 이름이니까요.

'오마이펀드'를 시작하던 2004년 초 주가지수는 800선이었습니다. 1900을 넘나드는 지금으로 보자면 어림없이 낮은 지수지만 2003년 초 주가지수가 500선이었으니 엄청난 수직상승을 한 상황이었지요.

2004년 당시 1000포인트는 지금의 2000포인트처럼 꿈의 고지였습니다. 900선이 꼭지라느니, 더 이상 상승은 없다느니, 지금 들어가면 상투를 잡는 거라느니 우려 섞인 관전평을 내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2004년 5월 제가 쓴 기사 '김여사, 알고 보니 알부자였네'와 그 댓글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처럼 엄청난 열풍을 예상하기보다는 적립식 펀드 붐을 우려하는 시각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의 우려가 실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04년 5월 중국쇼크니 뭐니 증시 악재들이 떠오르며 주가지수 하락과 함께 제 펀드 역시 마이너스 수익을 면치 못하며 고전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하락의 와중에도 '오마이펀드'의 손실은 크지 않았습니다. 워낙 적은 돈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여가고 있던 터라 이미 가지고 있던 거치식 펀드에 비하면 손해가 미미했거니와 시작부터 큰 욕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하락장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700여만원 투자해 1000만원 훌쩍! 이쯤에서 환매해?

다행히도 2004년 이후 주가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7월 12일 장중 한때 1900선을 또다시 넘어서며 2000선 돌파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2004년 1월 20만원으로 시작한 나의 '오마이펀드'도 주가지수 상승에 따라 요즘 한창 수익을 내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적립한 실투자금액이 700여만원인데 평가금액이 1000만원을 훌쩍 넘고 있으니 엄청난 수익을 낸 셈이죠?

사실 <오마이뉴스>가 제게 준 것은 원고료 펀드의 금전적인 이익 이상입니다.

2004년 '오마이펀드'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그저 평범하기만 했던 제 이름 석 자 '김혜원'의 가치를 수백 배로 높여주었으니 말입니다. 그에 따라 제 인생의 가치도 수백 배로 높아졌습니다.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증권가에서 말하는 가치투자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인생에도 굴곡이 있듯 주식시장에도 흥망은 있게 마련입니다. 2004년에 썼던 기사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듯 3년 후인 2010년 오늘 쓴 기사를 보면서 '그 땐 좋았지…'라는 회상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40%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오마이펀드' 이쯤에서 해약하고 이익을 현실화할까, 하는 유혹도 적지 않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합니다. 10년이든 20년이든 기사를 쓰고 원고료 받는 <오마이뉴스>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펀드 역시 부어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의 역사와 함께 하는 펀드가 되겠지요.

10년쯤 뒤에 다시 한번 '오마이펀드'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대박이든 쪽박이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기사가 되겠지요. 그때를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대박도 빌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 '대박 쪽박의 추억' 응모글


#오마이펀드#원고료#적립식펀드#투자#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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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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