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 여행 중엔 꼭 시장에 가보고 싶어 한다. 어디건 시장에 가면 사람냄새가 나고, 그 삶의 향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지방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일정이 빡빡하여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중국 연길 여행에서는 기어이 시장을 답사하고 말았다. 아침 6시 남서울대학교 최성 교수는 내게 빨리 시장에 가자고 재촉한다. 택시를 타고 기사와 필담으로 겨우 시장을 찾았다. 연길 사람들도 부지런한지 새벽부터 시장은 열리고 있다.
시장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천국이었다. 벌건 밑반찬을 만들어 파는 것은 우리 시장과 정말 같았다. 과일은 우리보다 더 다양한 듯했다. 한 곳에서 사람들이 북적이기에 들여다보니 미역을 뜯어먹기도 하고, 팔고 사기도 하고 있었다. 미역이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어! 여기에도 바퀴약을 팔고 있다. 그것도 한글로 크게 '바퀴약'이라고 써놓았다.
이곳도 역시 개고기를 파는 데가 많았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동물애호가들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 일이지만 개고기는 역시 개고기일 뿐이다. 하지만, 좀 더 위생적으로 진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곳곳에 산삼이라며 파는 곳도 많았다. 산삼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어떤 이는 장뇌삼이라고 한다. 백두산 장백폭포에서도 장뇌삼을 팔았다. 우리 돈으로 한 뿌리 천 원 정도에 파는 장뇌삼?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장백폭포 물에 씻어 먹어보았지만 단지 기분일 뿐이었다.
잠시 짬을 내어 급하게 돌아본 연길시장, 우리는 연길의 서민문화를 진하게 맛볼 수 있었다. 여행에서 시장의 맛을 뺀다면 어디 그게 여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말을 할 수가 있고, 그들과 대화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는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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