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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시즘 2007 행사를 홍보하는 큰 현수막이 걸린 학생회관
ⓒ 차예지

고려대가 불허한 진보포럼 행사 '맑시즘 2007' 행사가 14일 낮 12시 30분에 예정대로 시작됐다.

고려대는 지난 12일 학교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이번 행사를 불법행사로 규정하고 "행사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혀 행사 진행을 놓고 마찰이 예상되기도 했다.

고려대는 행사 강행을 막기위해 행사 전날인 13일 행사 장소로 쓰일 예정이던 우당교양관을 폐쇄하고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세워두었다. 이에 다함께 모임 고려대 지부의 학생 20여명이 13일 저녁 4·18 기념관 지하를 점거했다.

▲ 강연회가 열리기로 했던 우당 교양관이 굳게 닫혀있다
ⓒ 차예지

▲ 포럼의 입장권을 파는 현수막
ⓒ 차예지

김영익(고려대 정외과) 행사총책임자는 "오늘 처장단 회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회의 결과에 따라 단수조치 등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입장을 들으러 본관에 갔지만 본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직원에게 취재를 위해 왔다고 했는데도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 국회의원 임종인의 포럼 첫 강연
ⓒ 차예지

이번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김현진(동의대 한의학과)씨는 "다함께 홈페이지에서 행사를 알고 왔다"고 말했다. 다함께 모임의 회원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회원이 아니다"며 "강연을 들어보고 내용이 좋으면 회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다함께와 고려대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고려대의 A교수는 다함께라는 모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학위수여식 사태와 처장단 감금 사태에 관여한 비이성적이고 과격한 불법단체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A교수는 "그런 단체를 교수들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고려대 측은 이번 행사의 반대 이유로 "학습권과 면학권 침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나흘 중 휴일을 뺀 월요일 단 하루만 계절학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김영익 행사총책임자는 "학기 중에는 2만명의 학생이 돌아다니는데 1500명이 돌아다녀서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일부 고려대 학생들이 학교 자유게시판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술 마시는 것과 숙소 문제를 염려한 것을 언급하자 "숙소는 학교에서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행사 뒤풀이는 마지막 날 있을 것이며 술을 마시고 나서 깨끗이 처리할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계절학기 수업이 있는 월요일에도 나름의 대책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지현 사범대 학생회장은 "어제 직원 한 분이 왔다 가신 것 외에 학교 측의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하지만 상벌위원회에서 징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이번 포럼 개최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디 'y1mind'를 쓰는 한 학생은 "전 총장님이신 어윤대 총장님을 두고 '물고기 총장 찜쪄버리겠다'는 문구 포스터로 국제관을 도배했던 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다함께 측을 비판했다. 아이디 'ucidbrain'은 "또 점거냐, 이공계 캠퍼스는 다함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다함께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역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아이디 'bocnal'는 "고연전이 있을 때 중앙도서관이 휴관을 했다"며 면학분위기를 이유로 행사를 불허하는 학교 측을 비판했다.

문과대학생회와 공과대학생회 등 7개 단과대 학생회와 안암 총학생회는 학교의 불허 방침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는 "대학에서의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의 교류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저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고려대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안경주 맑시즘 2007 언론담당관은 "이번 행사는 사범대학생회와 공동주최 했으며 단과대 동아리의 후원을 받아 개최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다함께 이름으로 행사를 신청해 불허했더니 후에 사범대 학생회 이름으로 행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측은 "다함께 측이 행사 허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행사 장소를 고려대로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씨는 "학교 측이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3일 전에 허가 불가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학교와의 타협에 관해 질문하자 "학교 측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학교 측에서 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사 불허를 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학교 측에서 말하기를 껄끄러워하지만 이건희 삼성회장 사태와 출교 학생 문제 이후 다함께 측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다함께 회원인 출교자들의 천막이 있는 고려대 본관
ⓒ 차예지

사실 지난 3월에도 다함께에서 '진보적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제'라는 제목으로 고려대 경영대 학우강당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하지만 학교 측이 강연회의 진행을 불허해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때문에 강연시간 내내 발전차가 전기를 생산해내야 했다. 게다가 공간 사용이 불허되자 강연회 주최 학생들은 열쇠수리공을 불러 학우강당의 문을 열기도 했다.

▲ 학교 측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읽는 고려대 학생들
ⓒ 차예지

고려대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서 안경주 언론담당관은 "행사 장소는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특히 FTA와 반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고려대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4·18 기념관과 서관 앞 강당 두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에 개막식이 진행열렸고 저녁까지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태그:#고려대, #다함께, #맑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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