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아이를 하나만 낳았으면 하는데 시부모님 뜻이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지난 5월 결혼한 장춘잉(28·여)씨는 요즘 아이를 가지는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애 3년 만에 결혼한 장씨 부부는 중국에서도 대표적인 '한 가정 한 자녀' 1세대이자, 젊은 엘리트들이다.
1979년에 태어난 장씨는 무남독녀로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중국정법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귀국해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남편 또한 1978년에 태어난 '독생자녀(獨生子女)'로,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뒤 유명한 신문사의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집안 배경이 좋고 경제적 능력도 있는 장씨 부부는 요즘 가족 어른들로부터 '자녀를 둘 정도 낳아야 하지 않느냐'는 압력을 은근히 받고 있다. 장씨는 "원래 '계획생육(計劃生育)' 규정 외에도 외아들과 외동딸이 결혼할 경우 두 자녀를 두는 것은 암암리에 허용되었다"면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정책화되면서 시부모님들께서 여러 아이 낳는 문제를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위쉐준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 대변인은 "허난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에서 부부가 모두 외아들, 외동딸일 경우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새 규정을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위 대변인은 "중국 정부에서는 현재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든 가정이 한 자녀만 낳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인정되었던 독생자녀 부부의 두 자녀 낳기를 공식 허용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세를 막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중국은 땅 넓고 인구 많고 문물이 풍부한 나라다.
기원전 221년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이 처음 인구 조사를 한 이래(2000만명), 중국은 17~18세기 청나라 전성기 때 1억명에서 2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 세기가 지난 1912년 신해혁명 직후 4억4200만명을 돌파한 중국 인구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5억4100만명을 기록했다. 마오쩌둥이 주창한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는 그릇된 출산장려정책 아래 중국 인구는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정책과 더불어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했다. 1978년 베이징·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 가정 한 자녀' 갖기 계획생육정책은 1980년 9월 중국 전역에서 실시됐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중국 도시에서는 한 자녀밖에 낳을 수 없었고,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은 첫째가 딸일 경우에만 둘까지 낳도록 허용됐다.
1990년대까지 산아제한정책은 엄격히 시행되어, 이를 위반한 부모는 당시 임금의 20~3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미 낳은 둘째 아이는 호적에 못 올라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헤이하이즈(黑孩子)' 문제를 양산했다.
작년 10월 장웨이칭 중국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 주임은 "중국 정부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막아서 사회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2005년 1월 6일 공식적으로 13억명을 돌파한 중국의 인구 관리는 내외적으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압적인 산아제한정책에 대규모 시위도 빈발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산아제한정책은 때로 큰 반발을 일으켰다.
지난 5월 18일과 19일 광시 장족자치구 위린시 보바이현에서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반발한 주민 4만여명이 시위를 벌여 관공서를 파괴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현정부가 두 자녀 이상을 둔 가정에게 2만6000위안(한화 약 312만원)의 벌금과 사회부양비를 부과하고 강제로 납부하게 하자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일으킨 것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현지 주민들의 평균 연소득은 2000위안(약 24만원)에 불과했다"면서 "현정부가 벌금 납부기한을 지키지 못한 가정의 재산을 몰수하고 가재도구마저 빼앗자 집단 시위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중일신문>은 "부패한 일부 관리들이 1980년 이후 태어난 자녀에게도 과다한 벌금을 매기고 일부 여성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하자 주민들이 더욱 분노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보바이현에서 90㎞ 떨어진 룽현에서도 계획생육정책에 반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유명인사·기업 경영인·연예인의 행태도 중국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두 자녀 이상을 낳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 최근에는 홍콩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 해외로 건너가 자녀를 낳음으로써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정부의 강제낙태 압력도 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만담극 연기자 자오번산, 영화감독 천카이거, 가수 마오아민, 방송인 양란, 가수 순난, 축구선수 하오하이둥 등 수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은 내놓고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도 뒤늦게야 여론의 비판에 밀려 이들의 위반행위를 제지하고 나섰다. 지난 2월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유명인사와 부자들이 계획생육정책을 위반할 경우 엄중한 징벌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급속한 노령화와 노인 인구 증가에 위기 직면
중국의 연령별 인구비중 추이 및 전망(%) | | 년도 | 1982 | 1990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10 | 2020 | 14세 이하 | 33.59 | 27.69 | 22.89 | 22.5 | 22.4 | 22.1 | 21.5 | 20.9 | 19.8 | 15~64세 | 61.50 | 66.74 | 70.15 | 70.4 | 70.3 | 70.4 | 70.9 | 70.8 | 68.3 | 65세 이상 | 4.91 | 5.57 | 6.96 | 7.1 | 7.3 | 7.5 | 7.6 | 8.3 | 11.9 |
| ⓒ 2005년 중국인구통계연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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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제한정책에 따른 급속한 노령화와 노인 인구 증가도 중국의 골칫거리다.
1953년 전체의 4.41%에 불과하던 65세 이상 중국 노인 인구는 1990년대에 들어 급증했다. 매년 200만명씩 증가하던 노인층은 2001년 7%를 넘어서 중국은 노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05년에는 노인 인구가 1억명을 돌파했고,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할 전망이다.
작년 10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노령화가 어느 국가나 겪는 사회문제이지만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에서 1만달러에 이른 시기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면서 "중국은 가난한데도 늙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일 반(半)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도 쑹언화 허베이성 부성장의 발언을 인용해 "고령 인구의 증가세가 별다른 대책 없이 지속되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인구가 2005년 6.2명에서 2020년에는 3.7명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중국신문>은 "중국엔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양로보험의 혜택을 받는 노인은 전체의 20%를 겨우 넘고 의료보험 수혜자는 20%도 안 된다"고 보도했다.
주즈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 인구 구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인구를 무조건 억제하는 정책을 바꿔야 할 시기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두 자녀 갖는 것 허락해도 낳지 않는다"
한 가정 한 자녀로 대표되는 산아제한정책이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독생자녀 세대 부부들이 한 자녀만 원하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 장춘잉씨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하늘 모르게 치솟는 교육비와 의료비,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양육부담은 자식을 둘 낳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2005년 결혼해서 작년에 딸을 낳은 덩유에신(29·여)씨도 "한 가정 한 자녀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에다 한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도 어려운 사회경제 환경 때문에 자녀를 더 낳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덩씨는 "지금의 독생자녀 부부들은 '소황제'처럼 귀여움만 받고 자라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한다"면서 "시부모와 친부모 게다가 살아 계신 조부모까지, 노인세대에 대한 봉양 책임도 두 자녀를 꺼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베이징 인구연구소가 발표한 '베이징시 독생자녀가정 교육조사보고'는 독생자녀 세대의 의식상을 잘 보여준다.
베이징 3개 지역의 248가구 독생자녀 부부 가정을 대상으로 한 문답에서 응답자의 60%는 한 자녀만 원한다고 답변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1315명 독생자녀의 절반 이상은 정부가 두 자녀 낳는 것을 허락해도 둘째를 원하지 않고 희망하는 평균 자녀수는 1.176명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돼지 100만마리, 계란 3억개를 먹어치우는 13억 중국인들. 전 세계 66억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자국의 인구 상황에서 더 낳게 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출산을 제한만 할 수도 없는 중국정부의 딜레마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