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인천 계산점 노조원들이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항의해 18일 오후 매장 내에서 시위를 벌여 매장영업이 일부 중단됐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부터 홈에버 계산점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하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쳤다.
홈에버 계산점 조합원 80여명과 인천지역 노동․사회단체 회원들 약 200여명은 오후 3시경 홈에버 계산점을 기습 점거하고 3시간 동안 이랜드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기습 시위로 2~3층 잡화 매장 영업이 일시 중단됐지만, 최근 언론보도 때문인지 홈에버를 찾은 시민들이나 1층 타 매장을 찾은 시민들은 크게 혼란스러워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1개 중대 100여명을 배치했지만 이날 노조 조합원, 경찰, 홈에버 관계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정규직․비정규직의 끈끈한 연대투쟁... "승리하세요"
홈에버 계산점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던 이미나(47․가명)씨와 그의 오랜 직장 동료 김미나(44․가명)씨를 만났다.
이씨는 까르푸 시절부터 일해 올해로 6년차인 계산원 비정규직이다. 김씨도 까르푸 때부터 일한 약 10년차의 정규직 베테랑 계산원이다. 이들은 오랜 직장 동료며, 이 비정규 투쟁의 동지가 됐다.
이씨는 6년차 비정규직으로 대학생 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평범한 주부며,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씨가 이 투쟁에 동참하게 된 사연은 6년 동안 일하며 전혀 오르지 않는 임금과 매번 고용 계약서를 쓸 때쯤에 찾아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생 딸과 아들 학비도 안 되는 월 80만원을 받고, 이 중에서 차비와 식비를 빼고 나면 하루 8시간 계산대에 서서 일하며 망가지는 나의 몸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만간 계약서를 다시 쓰는 날이 찾아온다며, 회사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까봐 사실 매우 두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랜드 비정규직 싸움을 하며 이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에 들러 아이들과 집안일을 챙기지만, 집을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가지 말라고 붙잡을 때 맘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며 이씨는 "이 파업을 하며, 행정과 법 만드는 집단이 얼마나 무섭고 그 파괴력이 큰지를 알았다"며 "비정규직 법안을 만든 집단을 꼭 선거에서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까르푸 때부터 근무해온 약 10년차 계산원이다. 김씨는 그나마 근무 2년차부터 정규직으로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인 김씨의 임금은 비정규직인 이씨 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보너스 400%가 있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그래도 정규직으로 비정규직보다는 상황이 좋지 않으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씨는 "약 100여명의 동료들 중 정규직은 30%로 이들 대다수가 이번 투쟁에 동참한 것은 나만 편할 수 없다는 미안한 생각과 더불어, 정규직이지만 일하는 강도에 비해 받는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김씨 또한 "아이들 교육비와 뛰는 물가에서 1500만원 받아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며 "종교 자본이라면 더욱 사회에 봉사하는 맘으로 비정규직 등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 또한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투쟁하는 사이 인천의 노동․사회단체 간부들이 속속 계산점 홈에버에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서 계양 민중연대 회원 방제식씨는 "이랜드 그룹에서 1년에 교회에 십일조 헌금으로 130억원을 낸다고 들었다, 그러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루 10시간 이상 일을 시켜 놓고도 80만원 밖에 주지 않는 것은 사회적․종교적 관점에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며 "130억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월급 더 줘서 그들이 교회에 십일조 내면 노동자들도 천국갈 수 있는 거 아니냐"며 "혼자 천국가려고 십일조를 130억원씩 내는 거 같다"고 이랜드 경영진을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