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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과 밤샘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노조측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협상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회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측과 밤샘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이 노조측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협상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회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일 시간대별 상황]

[오후 3시10분]

"협상, 타결목적 아닌 노조 무력화 위해 한다"


19일 오전 11시50분경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경찰과 작은 실랑이 끝에 농성장으로 들어왔다. 조합원들은 박수로 줄다리기 협상을 마치고 온 위원장을 맞았다.

"우리는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말대로 '3개월 이상 고용보장 철회 한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대신 18개월 미만의 2000명 노동자 어떻게 할 것인가를 회사에 맡기겠다, 알려 달라고 했는데 (사측은)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는 장관이 하라는 것을 양보했다"며 "(협상결렬)책임은 누구한테 있느냐"고 정부와 사측을 비난했다. 또 "우리의 요구안은 여전히 살아있다"라고 덧붙여 농성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아무것도 타결된 것은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내일(20일) 새벽쯤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이 말한 내용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스스로 (협상을)종료하고 떠났다"며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졌다"고 사측 책임론을 거듭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 결과를 알린 뒤 조합원들의 의문점을 해결하려는 듯 질문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3개월 이상 고용보장이 철회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는 등 양보한 협상안과 관련해 물어봤다. 두 세 명의 질문이 끝나고 김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조합원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전체 회의가 끝나고 조합원들은 조별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돌아다니면서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때마침 외부에서 점심이 들어왔다. 김 위원장이 들어온 이후로 분위기는 밝아졌으며 서로 활발하게 얘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18일 시간대별 상황]

18일 홈에버 월드컵몰점은 파업 19일째를 맞았다. 이날 오후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라는 발언으로 조합원들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기자는 6시경 경찰과 사측의 까다로운 검문을 통과해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래는 1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시간대별로 홈에버 월드컵몰점의 농성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오후 6시 30분]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협상을 위해 협상장인 경인지방노동청 안양지청으로 출발했다. 떠나기전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노동부, 이랜드, 경총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속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라며 김 위원장의 말에 호응했다.

[저녁 7시 30분]
농성 중인 월드컵몰점 안쪽은 경찰과 경호업체 직원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뒤쪽에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막아놓은 상태다. 조합원들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감시를 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매장에 한 조합원이 큰소리로 소리쳤다.

"누구야!", "다니지 마세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소리가 난 쪽으로 모여든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에 다른 이들도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일이다. 사측이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노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느슨해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발언으로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알린 후로는 외부 출입자에 대해 민감해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이랜드 공권력 투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에 몇몇의 조합원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앞으로 모여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저녁 8시 10분]
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밖에서 단병호 위원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촛불 문화제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제가 끝나면 기도회를 같이 할 예정이니 동참하실 분들은 2층으로 오시기 바랍니다"라고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

밖에 시민들이 와서 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저녁식사 후 쉬고 있던 조합원들은 다소 분주해진 모습이다. 서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거나 건물 밖 표정을 살펴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건물 밖에서의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이후로 문 앞의 경찰 병력은 두 배로 늘어났다. 조합원과 경찰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에 긴장감이 더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촛불 문화제 모습. 조합원의 손이 보인다.
창밖으로 보이는 촛불 문화제 모습. 조합원의 손이 보인다. ⓒ 이병기

[밤 9시]
새민족교회 교인들이 노조원들과의 예배를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창문 너머로 건물 밖에서 촛불문화제를 끝낸 시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밤 9시 5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들어왔다. 단 의원은 "뉴코아(노조)만 끝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홈에버까지 (협상이) 다 끝나야 끝난 것"이라며 자주 찾아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단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이남신 수석 부위원장은 "나중에 벌금을 부과 받으면 절대로 내지 않겠다. 한 3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은데, 하루에 (구치소에 있으면)5만원이 깎이니 6일정도 살다 나올거다"라고 말했다.

[밤 9시 30분]
이전까지 경찰은 농성장의 유일한 출구를 3-4m정도 떨어져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압박해 오기 시작하더니 출구에서 1m도 채 떨어지지 않는 거리로 압박해왔다. 노조원들은 "바람이라도 통하게 해야지", "우리가 뭐 무섭다고 이렇게 가까이서 세 줄로 겹겹이 싸고 있어"라며 경찰들을 향해 항의했다. 입구에서의 소란이 멎어갈 쯤 노조원들은 취침준비에 들어갔다.

[밤 10시 4분]
노조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어날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마포경찰서장의 방송이 들려왔다.

"여러분들은 업무방해 하고 있다. 더 이상 불법무단점거가 계속되면 기다릴 수 없다. 공권력을 쓸 수밖에 없다. 대화로 할 때 돌아가라. 현명한 판단과 선택 기다리겠다. 오늘 내로 귀가하면 정상참작 하겠다."

순간 침묵이 흐르고 이남신 수석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불법무단점거를 하고 있나? 마포경찰서장에게 야유를 보내자"라며 "저들은 노사가 협상하고 있는 시간에, 우리가 자려고 하는 시간에 나가라고 한다"며 당황하는 조합원들을 추스렸다.
#홈에버#월드컵몰점#노조#단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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