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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짜기에 주말에는 100명이 넘는 단체 체험객들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지난해만 1만5000명이 넘는 도시민들이 마을을 다녀갔습니다. 연말에는 전국농촌마을가꾸기경진대회에서 농림부로부터 '최고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고 상금까지 1억원을 받았습니다. 마을이 생긴 이래 최고의 경사였지요."
2003년 가을, 서울에서 운영하던 친환경쇼핑몰 회사를 아예 마을 폐교로 옮기면서 마을주민이 된 마을의 대표일꾼 박일문씨. 이리저리 돈을 모아 3억원을 들여 인수한 마을 폐교에 짐을 풀고 지난 4년여 동안 마을에 쏟아 부은 노력에 대한 강한 성취감이 얼굴에 묻어납니다.
"굳이 성공요인을 들자면 23가구 남짓 되는 마을 주민 90% 이상이 시설관리, 민박 등 체험마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지요. 아무래도 도시에서 귀농해 기획, 마케팅, 관리 등 사업체를 꾸려본 제가, 폐교 안의 도농교류센터를 기반으로 마을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요."
도시에서 귀농한 사무장, 그리고 회사를 따라 내려온 직원들도 적절히 분업하면서 마을 주민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이 마을 특산물인 호박고구마를 팔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도농교류체험과 마을만들기 사업의 단초가 마련된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도 귀농인에서 어엿한 마을 주민으로 제 몫을 하기 시작했고요. 알고 보면 저도 촌놈 출신이라 그게 쓸모 있는 자산이자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2005년에 비로소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습니다. 사업비 2억원으로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영농조합법인까지 설립했습니다. 마을회관을 고쳐 민박시설로 만들고, 마을저수지는 낚시터로 조성했습니다. 그동안의 관행농법을 버리고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한 것은 그중 가장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그렇게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이 마을의 주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으니까요. 이 같은 노력으로 체험사업의 수익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마을 주민들은 가구당 많게는 500만원까지 농외소득을 분배받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산림청으로부터 산촌 생태마을 사업지로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15억원을 지원받습니다. 적은 돈이 아니니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2010년쯤 마을방문객이 5만 명쯤 된다면 가구당 최소 2000만 원 이상의 농가소득을 분배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이라고 힘들게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게 마을사업을 하는 목표지요."
100년 뒤 마을의 모습까지 생각하며 마을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박일문씨, 박씨의 경우를 보면서 도시로부터 마을로 귀농한 한 사람, 그리고 마을에 기반을 둔 농업경영체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원주민 정기석이 쓴 이 기사는 월간마을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