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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현직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21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현직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내놓는 '회담 전망'이 계속 빗나가고 있다. 회담이 언제 열릴지, 언제까지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합의가 나올지 등 그의 입에서 나오는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일이 너무 잦다.

18~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힐 차관보는 이틀째인 19일 아침 숙소인 세인트 루이스 호텔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오늘이 회담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뒤 회기의 하루 연장이 결정됐다.

한국과 일본 대표단은 이미 전날 저녁 브리핑에서 자국 기자들에게 "경험상 예정된 19일에 회의를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질을 준 상황이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희망을 밝혔고, 이런 희망은 수석대표회의 첫날인 18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일 나온 결과는 의장성명에 '불능화 시한'을 넣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 차관보의 의도가 다시 빗나간 것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첫날 회의를 마친 뒤 "북한이 연내 불능화 의지를 보였다"며 합의 가능성에 상당히 무게를 실은 브리핑을 했다.

반면 일본측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목록) 신고를 할 용의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른 참가국들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연내 불능화'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설명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한·미 수석대표 측이 북한의 입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협상에서 '희망사항' 발설은 금물

지난 6월 22일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일정을 마치고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 일정을 마치고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힐 차관보의 '전망'이 빗나간 것은 이번 수석대표회의에서만이 아니다. 이른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해결이 3개월을 끄는 동안 그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교관으로서 금융실무를 일일이 알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왜 그렇게 번번이 전망이 빗나갔는지 아직도 수수께끼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평양을 다녀온 직후 '7월 10일 전후 6자회담 재개→7월 말 6자 외무장관회담"이라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이 역시 빗나갔다. 결국 6자회담은 '수석대표회의'란 간소한 형식으로 1주일 후에 열렸고, 6자 외무장관회담은 9월로 넘어갔다.

이 정도면 힐 차관보에게 '양치기 소년'이란 별명을 붙일 만도 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낙관론을 펼침으로써 회담을 앞으로 전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성격이 워낙 솔직한 탓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그런 페이스에 끌려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상대인 김계관 부상은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의 핵협상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백전노장이다. 한발한발 발 밑을 확인하면서 철저히 실리를 챙기는 협상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힐 차관보는 '너무 말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외교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희망사항'을 너무 쉽게 발설해버리고 나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자꾸 끌려가는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9월초 차기 6자회담... 내달 5개 실무회의 개최
언론발표문 발표..'불능화 청사진' 실무회의서 논의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조준형 이정진 기자 = 오는 9월 초 차기 북핵 6자회담이 열리고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베이징에서 6자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된다.

또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완전한 신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그룹회의를 포함해 5개 분야별 실무회의가 8월중 연쇄적으로 열린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20일 지난 사흘간 진행된 6자 수석대표 회담을 결산하는 언론 발표문을 발표했다.

4개항으로 구성된 발표문에 따르면 ▲참가국들은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상의 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임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에 대한 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임을 재확인했으며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이 북한에 제공된다.

이번 발표문에는 불능화 이행 시한 등 향후 조치 이행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어느 누구도 중요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오지 않았다"면서 "(핵시설 불능화 등의) 이행시한은 차기 6자회담에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서 북한도 다음 단계 조치를 이행하는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다는 생각이 없으며 있는 모든 것을 다 신고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다음달 5개 실무그룹 회의에서 불능화 및 신고 단계의 이행 로드맵을 집중 협의한 뒤 9월 초 6자회담 본회의에서 불능화 단계의 이행 시한 및 세부 로드맵 도출을 시도할 전망이다.

회담 당국자는 발표문 형식에 대해 "당초 의장성명 도출을 시도했으나 이번 회담이 비공식 회담임을 감안, 언론 발표문을 내게 됐다"면서 "6자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의미를 가미하는 차원에서 의장성명보다는 언론발표문 형식으로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등이 신고대상에 포함되는 지 여부에 대해 "신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라면서 "북한측으로부터 진실하게 신고해야 할 모든 것을 다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 의장을 맡고 있는 6자회담 경제·에너지협력 실무그룹회담이 다음달 6일께 한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실무그룹의 일정과 개최장소는 의장국이 알아서 정해 참가국들에게 통보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각국에 제의할 방침이며 날짜는 다음달 6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러시아가 의장을 맡고 있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담은 내달 셋째주에 개최하자는 제안을 러시아가 했다고 소개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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