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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트렁크를 열어보니…'의 권현주 감독.
'어느 날 트렁크를 열어보니…'의 권현주 감독. ⓒ 권현주
'발칙한 시선' 섹션은 국내외 청소년들이 출품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연출자의 나이가 만 13세부터 18세까지에 해당하는 작품을 청소년경쟁 1부, 만 19세부터 24세까지를 청소년 경쟁 2부로 구분한다.

오후 2시, 5개의 출품작들로 구성된 '발칙한 시선' 2부가 상영되었다. 청소년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화 한 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화 상영 후 청소년 감독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내 가슴 속의 락앤롤>의 최영은 감독, <어느 날 트렁크를 열어보니…>의 권현주 감독이 무대에 섰다. 청소년들의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영화의 메시지와 제작과정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최영은 감독에게는 '지하철에서 집단적으로 담배 피우는 장면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두 남자가 나체로 춤추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구체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권현주 감독에게는 제작비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권현주 감독(23)은 "이번 영화는 영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고, 사전제작지원도 못 받아 힘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극이 되어 더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프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고 덧붙였다.

[둘] 내년에도 또 찾아올 '든든한 관객'

영화제 단체관람 온 세명컴퓨터고등학교 학생들.
영화제 단체관람 온 세명컴퓨터고등학교 학생들. ⓒ 김한내
행사장에는 분홍색과 파란색 단체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 참가자들과 교복 입고 단체관람 온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는 청소년들에게 영화를 비평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참가자들은 5박6일 동안 합숙을 하며 영화제 각 섹션의 단편영화들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활동을 한다.

이수향 캠프담당 교사(20·서울여대 극작과)는 "영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참가한다"며 "중학교 1학년부터 고3까지 다양하게 참여하나 특히 고등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캠프담당 교사는 서울여대 극작과 학생 5명과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영상원 학생 4명이 맡고 있다.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김지현 학생(15)은 "학교방송부 선생님의 추천으로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며 "방송국 PD가 꿈"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단편영화들에 대해 "일반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사회비판이 강하고, 평범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이 색달랐다"며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 1학년 극영화 제작부와 2, 3학년 영상과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 1학년 조윤아, 손유진 학생은 입을 모아 "재밌었다"고 외쳤다. 이들은 "보통 영화와 다르게 우리와 눈높이가 같아 이해하기 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내년에 다시 오고 싶냐"는 질문에는 힘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셋] '숨은 공신' 자원활동가

홍보팀 자원활동가들이 사람들에게 나눠줄 인절미를 접시에 담고 있다.
홍보팀 자원활동가들이 사람들에게 나눠줄 인절미를 접시에 담고 있다. ⓒ 김한내
극장 곳곳에서 목걸이 명찰을 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원활동가들이 눈에 띄었다. 자원활동가들은 60~70명 정도로 대부분이 대학생이다. 행사지원팀, 초청팀, 미디어교육팀, 기술팀, 프로그램팀, 홍보팀, 자막팀 등 그 역할도 다양하다.

홍보팀 자원활동가 박재현 학생(19)은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자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학교 안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박재현 학생은 "홍보팀으로 5월말부터 주로 온라인상에서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개막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우리 자원활동가들이 영화제가 잘 진행되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한 "아직 이 영화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이 아쉽다"며 "더 열심히 활동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넷] '밀착취재' 청소년기자단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언론사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취재 중인 청소년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화제는 각 학교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기자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기자들은 아이디카드를 발급받고, 전문기자에 준하는 자격으로 영화제 곳곳을 취재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립 보라매청소년수련관 소속의 청소년기자들의 왕성한 취재활동이 눈에 띄었다. 15명이 조를 짜서 시간별로 분담 취재를 한다.

청소년 기자단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청소년 기자단들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김한내
청소년기자단 기자 조아라 학생(17)은 "극장뿐만 아니라 국제청소년영화제작캠프,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 국제영상미디어교육포럼 등 영화제 전반을 취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기간 내내 취재할 계획"이라며 "기사를 통해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는 "영화제를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고, 배우는 것도 많다"며 "후배들에게도 청소년기자단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립 보라매청소년수련관 발행신문 <다맛푸른누리>에서 이들이 쓴 기사를 볼 수 있다.

어른들은 멍석만 깔아주었을 뿐이다. 영화 상영부터 행사진행,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직접 만들어나가는 것은 파릇파릇한 청소년들이었다.

청소년 스스로 만드는, 청소년 위한 영화제 만들 것
[인터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홍보팀장 이미진씨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은?
"청소년기는 자신의 꿈을 찾아 많이 방황하는 시기입니다. 저희는 청소년들이 직접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제공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발전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를 갖고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 청소년 영화제의 연혁과 참여현황은?
"1999년에 '영상키즈 모여라'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처음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영상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영화제가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매년 출품작들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해는 800여 편의 출품작이 있었는데 이 중 300여 편은 국외 출품작이었습니다. 점점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 국제영화제인데 실제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데.
"저희가 올해부터 국고를 지원받기 시작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외국인들을 많이 초청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에게 영화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재난으로 피해 받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게 영상제작 경험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캄풍 할라만'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이 단체와 연락하며 몇 명을 저희 영화제에 전액지원하며 초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영화제를 찾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데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다른 영화제와 구별되는 자랑거리가 있다면.
"일단 청소년들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청소년을 위한 영화제라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제청소년영화제작캠프,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는 다른 영화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청소년영화제작캠프는 영화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웁니다. 5박 6일 동안 합숙하며 조별로 단편영화 한 편을 직접 제작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80명의 캠프 참가자들 중 30명이 외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청소년영상미디어캠프는 청소년들의 영화에 대한 비평적인 안목을 키워주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5박 6일 동안 참가자들은 출품 작품을 보고, 비평과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참가 청소년들이 그들의 시선으로 뽑은 영화에 실제로 상을 수여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청소년심사위원단'의 기회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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