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강산에서 여성 6자회담을 열자!”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이하 평화여성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2008 여성 6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과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각국의 경험과 체제, 문화를 넘어 여성들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는 만남의 장을 추구한다. 평화여성회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대전여민회가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김정수 평화여성회 상임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정부 간 협상 과정에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바라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논의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며 “여성들이 한반도 평화 형성자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을 모색하고 그 방안으로 여성 6자회담의 틀을 생각하게 됐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번 중국 방문단에는 심영희 평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 정경란 평화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소장, 김현희 평화여성회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국 최대 여성단체인 중국부녀연맹을 비롯해 베이징 홍풍여성상담센터, 반가정폭력단체, 베이징대학교 여성연구원, 평화군축인민협의회 등을 찾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형성과 동북아 평화 실현의 염원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중국에는 별도의 평화 전문 여성단체는 없는 상황이다.
정경란 한반도평화센터 소장은 이번 방문의 성과로 “이제까지 중국 여성단체들과는 평화를 주제로 한 만남이 없었던 만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현희 사무국장은 “중국 여성단체들이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한편 한국 방문단의 입장에서는 “가정폭력 등 중국 여성들의 현안을 돌아보고 북한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때 예상되는 남북 여성의 연대 과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부녀연맹 등 중국 여성단체들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여성 6자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고 방문단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중국부녀연맹은 북한의 유일한 여성 교류 창구인 조선민주여성동맹과 격년제로 상호 방문하는 등 관계가 깊다. 정경란 소장은 향후 여성 6자회담에 북한 여성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 여성 교류를 통한 제안과 더불어 중국부녀연맹을 통한 접촉도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8월 22일에는 일본을 방문, 사민당 당수인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 의원을 비롯해 녹색운동, 소비자운동, 생협에 관심 있는 여성 지방의원들의 네트워크인 전국페미니스트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 여성계 리더, 여성단체들과 동북아 평화와 여성 6자회담 개최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9월과 10월에는 각각 미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북한 측에는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 대표자회담에서 여성 6자회담 추진 계획을 전했으며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8.15 대축전에서도 이 같은 뜻을 계속 전달할 방침이다.
김정수 대표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논의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 정치나 국제관계 힘의 메커니즘, 군사 안보 담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평화적 수단과 목표로 구현되는 새로운 모델, 새로운 차원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