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담양읍 내에 대나무박물관이 있을 정도다. 담양은 메타스퀘어 가로수길로도 유명하지만 가사문학의 산실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며, 한국 전통 정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쇄원이 있는 곳이다. 소쇄원은 계곡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고 그대로 살려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 자연친화적인 공간미가 일품이다. 막상 가보면 아담한 규모에 실망하는 방문자들도 많지만 대나무밭을 가로지르는 입구와 지형에 따라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정자들은 한국의 전통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소쇄원은 건축학이나 조경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라면 한번은 '반드시' 답사 가는 곳 중 하나다. 또한 주위로 높은 무등산과 푸른 광주호가 조화를 이룬, 산수가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어 예로부터 남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중순, 이른 아침에 찾아가 본 소쇄원의 아침은 작렬하는 아침 햇살에 대나무 숲 사이로 마치 실루엣이 펼쳐져 있는 듯 했다. 간혹 이는 바람에 대나무 숲들이 작은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풍경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듯 싶었다. 이른 아침에 찾은 덕분에 거의 10년 만의 방문길은 혼자만의 여유로운 공간탐사의 시간이었다. 소쇄원은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원림(園林)이다. 이곳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조성한 것으로 그의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를 당하게 되어 죽게 되자, 출세에 뜻을 버리고 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고 한다. 이곳을 소쇄원이라고 한 것은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瀟灑翁)에서 비롯되었으며,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오곡문(五曲門) 담장 밑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작은 폭포가 되어 정원 내 연못으로 떨어진다. 계곡물을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했다. 계곡 가까이에는 제월당(霽月堂,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주인집')과 광풍각(光風閣, 비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사랑방')이 들어서 있다. 방문자들은 신발을 벗고 이곳의 정자마루에 올라앉아 잠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광풍각 내에는 영조 31년(1755) 당시 모습을 목판에 새긴 '소쇄원도, 瀟灑園圖'가 남아있어 옛 원형을 추정할 수 있다. 이곳은 많은 학자들이 모여들어 학문을 토론하고 창작활동을 벌인 선비정신의 산실이기도 했다. 지금의 소쇄원은 양산보의 5대손 양택지에 의해 보수된 모습이다.
소쇄원은 담양에 있지만, 광주에서 출발해야 한다. 담양읍에서는 소쇄원 가는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밖에 운행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18000원 정도. '배보다 배꼽이 큰' 형국이다. 그러나 광주시내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일반버스를 이용할 경우 1200원의 요금만 내면 약 40분 정도 만에 소쇄원에 도착할 수 있다. 소쇄원에서 10분여 거리에는 지난 2000년에 개관한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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