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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거의 상처는 이랑의 보살핌 덕분인지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거란군과의 전투가 있은 지 사흘 후, 양규는 길을 따라 고려 포로를 인솔하고 지나가는 거란군을 보았다는 척후병의 보고를 받게 되었다. 양규의 승전이후 여기저기서 고려군이 후퇴하는 거란군을 습격하고 포로를 되찾아오는 일이 많았던 터라 아직도 눈에 띄게 포로를 인솔하고 다니는 거란군이 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의외였다.

“조금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포로를 데려가는 거란군이 그렇게 당해왔음에도 여전히 진군하는 방향이 변함없다는 게 이상해 보입니다.”

유도거가 양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양규는 그에 개의치 않았다.

“한명의 포로가 잡혀간다고 해도 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하네. 비록 그것이 함정이라고 해도 거란군과 싸워 이기면 되는 걸세. 당장 병사들에게 출전을 명하게!”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몸이 근질근질해진 병사들은 오히려 출전 소식을 반기며 기운차게 막사를 걷고 재빨리 집결했다. 부장들의 인솔 하에 고려군은 바람처럼 달려가 거란군이 지나갈 길목 옆쪽으로 나뉘어 매복했다.

“화살 낭비할 필요도 없겠군.”

포로를 끌고 가는 거란군을 보며 김달치가 중얼거렸다. 거란군은 남루한 차림에 손에 든 무기는 땅에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고 매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면 지나오는 길에 다른 고려군의 기습을 받아 쫓겨 오는 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와!”

양규의 고함소리와 함께 고려병사들은 양 갈래에서 물밀 듯이 쏟아져 내려왔다. 거란군은 제대로 저항해볼 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포로를 두고 도망치려했지만 좁은 길에서는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거란군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다시피 했고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이 고려군의 기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거란군의 지휘관을 잡아왔습니다.”

구귀가 피 묻은 도끼날을 앞세우며 거란군 장수 하나를 양규 앞으로 질질 끌고 왔다. 거란군 장수는 겁먹은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마구 질러 대었다.

“닥쳐라 이놈!”

구귀가 도끼 자루로 거란군 장수의 머리를 후려갈겼고 그는 땅바닥에 볼썽사납게 쓰려진 채 구귀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살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뒤에서 온 이랑이 거란군 장수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양규가 이랑에게 말했다.

“거란군이 얼마나 어디로 진군하고 있는지 정확히 말하면 살려주겠다고 전해라.”

이랑이 양규의 말을 거란어로 전하자 거란군 장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참동안이나 말을 늘어놓았다.

“근래 거란군이 도처에서 고려군에게 기습당해 피해가 컸기에 거란의 왕이 이끄는 본대에 모든 부대가 합류한 상태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기습을 알아채기 위해 자신들이 포로를 이끌고 앞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에게 연락이 없으면 곧 후속 부대가 도착하고 거란의 대군이 당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고향에 처자식이 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흥! 네 놈들이 죽인 고려 사람들은 처자식이 없었다더냐?”

구귀가 도끼자루를 꽉 움켜잡자 양규가 한손을 들어 이를 만류하며 내보내라는 손짓을 했다. 구귀는 거란장수의 변발을 움켜잡고서는 질질 끌고 나갔다.

“가까운 구주에는 김숙흥 장군이 있습니다.”

이랑의 말에 양규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

유도거가 옆에서 거들었다.

“거란의 수십만 대군이 이리로 온다면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로 피하심이….”

“거란의 수십만 대군이 이 좁은 길로 들어오면 어찌되겠느냐?”

“…….”

“비록 수십만 대군이라 할지라도 이 좁은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놈들은 수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천의 병사로도 능히 그들을 격파하고 그동안 쌓은 한을 풀 수 있을 것이야.”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결전#연재소설#최항기#흥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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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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